철학자의 죽음(8)-자연사(포박자)

포박자(抱朴子, 284-364)라고 불리기도 하는 갈홍(葛洪)은 그의 아버지가 태수의 벼슬을 지낸 명문집안이었다. 그러나 열세 살 때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형편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는 농사일로 하루해를 보내고 자습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그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어보았고, 또한 도교의 일류급 인사들과도 사귀게 되었다.

그가 쉰 살 되던 때, 반란군을 진압하는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받아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정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벼슬에서 물러나 도술을 연구하였다. 그는 후에 교지라는 지방에서 수은과 유향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붉은 빛깔의 단사(丹砂-붉은 모래)가 출토된다는 말을 듣고, 구루지방의 현령 자리를 신청하였다. 이곳으로 부임해갈 때 등옥이란 사람의 간청으로 나부산에 은거하게 되었다. 포박자는 여기에서 연단과 수도에 전념하며, <포박자><신선전> 등의 책을 저술하였다.

포박자에 의하면, 신선(神仙)이 되는 일은 우리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결코 환상만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신선이란 우리 인간과 같은 종류이며, 그러므로 우리는 힘써 배움으로써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포박자는 󰡔사기󰡕 가운데 있는 한 고사를 인용하고 있다. ,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거북을 책상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사람이 늙어 죽을 즈음에 집사람들이 우연히 그 거북을 발견하였다. 그때까지 거북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 숨을 쉬며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로 보아 이 거북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며, 그러므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그것을 배우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행해야 하는데, 그것은 보정과 행기, 그리고 한 알의 대약을 먹는 일이다. 보정(寶精)이란 정기(精氣), 즉 만물이 생성하는 원기를 보전한다는 뜻이고, 행기(行氣)란 숨결을 잘 통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오직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킬 뿐이고, 신선이 되는 길은 따로 대약(大藥)을 먹는 데 있다. 그 약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하급의 약은 다만 병을 치료할 뿐이고, 중급의 약은 양성(養性), 즉 자기의 재능을 키워 자라게 할 수 있는 데 그친다. 오직 상급의 약에 의해서만 장생불사할 수 있다.

포박자는 산 위에서 마지막 7년을 보내다가 여든 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잠자듯 단정히 앉아 숨을 거두었으며, 얼굴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였고 신체는 부드럽기가 마치 텅 빈 옷을 입은 듯했다고 한다. 도교에서 말하듯이, 육체는 남기고 혼백은 신선으로 변한 것이다.

포박자는 인간이 얼마든지 신선이 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구도(求道)의 믿음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러나 그가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이론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미신을 타파하기 위하여 도기(導氣-기를 모아 끌어들이는 일)와 연금술(鍊金說-구리나 연, 주석 등의 질이 낮은 금속으로부터 금, 은 등 귀금속을 제조하고 나아가 불로장생의 약까지 만들어낸다고 하는 원시적인 화학기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또 선인(仙人)은 반드시 착한 일을 행해야만 추구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것이 부족하면 아무리 선약(仙藥)을 많이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에게 착한 행위와 덕 쌓기를 권유한 포박자의 윤리사상 가운데에는 도가의 방법과 기술 외에 유가사상이 보태져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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