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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나의 버킷리스트는?
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2017년 11월 13일 (월) 11:37:09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낙엽, 코스모스, 독서, 높은 하늘, 단풍, 허수아비, 고추잠자리, 국화. 모두 가을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무르익었을 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계절과 달리 가을은 깊어간다고 한다.

추석명절 전에 버킷리스트 100가지 목록을 작성해 봤다. 40가지 정도 적고 나니 목록들이 중복되어져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여러 번 반복되고 있는 단어들을 살펴보니 여행이라는 단어가 단연 많았다.

대학 때 친구들과 다녀온 부산여행. 초가을에 즉흥적으로 나서게 된 기차여행은 배낭도 없이 오롯이 들뜬 마음 하나로 출발해서 부산진역에 하차해 시내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였다. 도착한 태종대 바닷가 바위틈에서 문어를 잡았지만 요리할 도구가 없어 근처 노점상 아주머니의 사발면과 바꿔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이 여행이 내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처음, 무계획이 주는 여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가족과 여행을 통해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다.

어릴 적 조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숙부모님이 부모님께 잘 하셨다. 사촌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교류하려던 것도 생각일 뿐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포함시켜 봤다. 그 외에도 초등학교 은사님 찾아뵙기,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하기, 재봉질 배워 가족 옷 만들어주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일이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것들도 적어보고 장학재단 설립하기, 아일랜드 초원에서 명상하기 등 이런 것들이 실현 가능해! 라고 할 수도 있는 다소 엉뚱해도 해보고 싶은 일도 포함시켜 봤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버킷리스트를 적고 나서 내용들을 살펴보니 내 나름으로 정리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가 보이는 것 같다. 어렸을 때의 그 많던 꿈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흐려지고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성인이 된 지금, 희망을 품게 한다.

둘째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 이런 기쁨을 나누고 싶은 이가 누구인지 관계망이 정리가 되었다.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인생에 있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함께 하고 싶은 이가 누구인지 명확해졌다고나 할까.

셋째, 돈이 있어야 해결되는 것과 없어도 해결되어지는 것들이 구분되어진다. 리스트를 적어보기 전에는 돈만 있으면 다 이룰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지만 마음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실현가능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찾게 되었다.

앤 클라우저의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하게 되면 결국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생각은 심리학자 융이 말한 동시성이론과 그 맥락이 같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우주로부터의 메시지 혹은 우주적인 교섭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에너지 파동이나 전파 진동 등을 발산해서 필요한 사람이나 해결책을 자신에게도 끌어당긴다고 믿는 것처럼 자신의 열망을 담은 메모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기적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 내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가 시작해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기에 내 삶에 있어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싶다면 지금 하고 싶은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적어보는 시간을 깊어가는 가을에 가져 봐도 좋을 듯싶다.

 

 

가을밤

 

 

내가 옷을 갈아입어서인지

민낯으로 나를 찾던 이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오네

 

 

가을이 깊어 가는지

맘대로 오가던 길인데

이제는 두드려야 하네

 

 

저녁이 되어서인지

여름내 햇볕 머금은 나를 향해

집으로 가자며 손짓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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