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국민 불만이 폭발적이다. 날마다 새로 터져 나오는 공직자와 선출직들의 비리와 부정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웬만한 부처와 부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특활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특히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특활비와 홍준표 대표의 과거 특활비 유용 발언, 최경환 의원의 특활비 수수까지 불거져 나오며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래서 납세자 연맹은 특활비 폐지서명운동을 벌리고 있고, 여당 역시 특활비 세부내역 상임위 공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원의 2017년 특활비는 4931억 원이라는 거금이 책정되었고 18개 부처를 합하면 약 9000억 원이나 된다. 이 돈은 영수증 첨부 없이 맘대로 쓸 수 있는 국민의 세금이다. 공적이 아닌 사적으로 쓰인 흔적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 것이다. 엄연히 공금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그동안 아무런 제약이나 양심적 주저 없이 관습적으로 행해져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비리와 부정이 과연 중앙 정부에서만 이뤄진 것일까. 말단 행정조직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방법과 규모는 다르지만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비리는 항상 존재해 왔다. 시군 공직자들의 대부분은 직무에 충실하다. 이들은 충분하지 못한 급여로 천정부지 치솟는 물가와 자녀들의 교육비에 심신이 멍들고 있다. 그래서 부인들도 식당 등을 전전하며 시간 일을 하고 때론 시간제 알바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정상적인 공직자들의 생활이다.

하지만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고급 자동차에, 도시에 집을 사고 도처에 땅까지 사들이는 공직자들도 존재한다. 특히 사무관 이상 퇴직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사회생활을 접고 살거나 인근 도시로 옮겨 사는 쪽과 떳떳하게 영광에서 사는 쪽이다. 참고로 후자의 숫자는 극히 적다. 이는 말단 행정조직의 공직자도 간부직은 상당히 부패했다는 증거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기독교나 불교도 위로 올라 갈수록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시골 작은 교회에서 눈물의 기도를 올릴 때 대형교회들은 재산 싸움과 세습 등으로 욕망의 아귀다툼을 벌리고, 조계종 역시 상위 층은 흙탕물 싸움으로 돈과 권력 냄새가 진동한다. 이들이 탐내는 재물은 모두 국민에게 걷어 들인 돈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서민들의 피땀이 밴 돈을 이른바 뜯어 자기 돈처럼 유용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관리도 다르진 않다. 이러한 행위는 어쩌면 오랜 전통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고위 관리들은 서민들의 등을 쳐서 부를 늘렸다. 특히 백성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금업은 악랄하기로 유명하다. 벼슬아치 치고 이 사업(?)을 하지 않는 관리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빈한 선비는 있었지만 청빈한 관리는 없었다.

조선 성종대에 대표 관리인 정인지의 삼로(三老) 임명을 두고 논쟁이 발생한다. 사헌부에서 그의 고리대금업 축재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자 오경 임명자 정창손과 한명회, 서거정 등은 조정에 입조하는 모든 관료가 해당하는 일인데 그것을 문제 삼느냐?”고 반박한다. 조선조의 다른 기록에서도 거의 모든 관료가 백성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인 장리를 했다고 적고 있다. 춘궁기인 봄에 빌려주고 가을에 받는 장리는 공식 5할이지만 6개월에 불과한 기간이니 실제는 7할이 넘는 이자이니 고리대금이 맞다. 후기에는 연이자가 아닌 월이자로 전환되면서 100%를 훌쩍 넘기는 고리까지 등장한다. 왕이 이러한 적폐를 알면서도 다스리지 못한 이유는 왕 자신도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종은 정인지는 여섯 임금을 섬기면서 공이 지대하다면서 사헌부의 항의를 일축해버린다. 이들에겐 부정보다는 공이 중요했고 백성이란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사서에 자주 등장하는 백성을 하늘처럼여기는 왕과 관리가 있었을까. 요즘처럼 민의가 살고 왕을 백성이 뽑는 시대에도 백성은 개 돼지취급인데 백성을 하늘처럼 여겼던 고위층은 없었을 것이다. 국회의원도 개혁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어쩌면 가장 부패한 정치집단일 것이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뻔한 거짓말이 지겹다. 우리 민족의 공직자 부정과 적폐 대상은 항상 약한 백성이었고 그것은 오랜 전통이 되어 부끄러운 민속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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