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가을이라는 계절에 시는 왠지 잘 어울린다. 며칠 전 정신장애인 시낭송대회 예선전이 있었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듣는데 시인인 나도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시낭송대회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주최 측에서 어렵지 않다면 오늘 예선 참가자 전원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라는 이 말 한마디가 무대에 서느라 잔뜩 긴장해 있던 참가자들의 표정을 한순간에 밝아지게 했다. 유머는 긴장감을 풀어주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우리지역에 유명한 시인이기도 한 이 분을 사석에서 마주하기는 처음이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지면상에서 접해서인지 여러 차례 뵌 듯한 느낌이었다. 시집을 한권 선물 받았다. 변비가 어떤 이에게는 고통이지만 알아주는 이를 만나면 작품의 소재로 탄생되는 것처럼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긴장되는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수준 높은 유머가 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고객의 불만 섞인 항의, 직원의 저돌적인 직언, 상사의 질책, 동료와의 신경전이라는 고비들을 넘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는데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더라면…….’하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유머를 즐길 줄 아는 분을 뵙게 되면 부러움마저 드는 이유일 게다. “실망과 근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철학이나 유머에 의지하는 것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선구자이며 천재 희극인 찰리채플린이 한 말이다. 유머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 있는데 유머가 풍부했던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몇 가지 미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째, 기지의 미덕을 찾아 볼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 윈스턴 처칠이 연단위에 오르려다 넘어져 청중들이 웃자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제가 넘어져 국민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넘어지겠습니다.” 누구도 예측 못한 순간이지만 이미 일어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이런 재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겸손의 미덕이다. 슈바이처 박사가 모금운동을 위해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마중하러 역에 나왔다. 그가 1등 칸이나 2등 칸에서 나오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슈바이처 박사는 3등 칸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이 왜 굳이 3등 칸을 타고 왔냐고 묻자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 열차엔 4등 칸이 없더군요.” 상대를 모욕주거나 난처하게 하는 유머는 나 혼자만 즐거워질 수 있으나 나와 상대가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인간미가 풍기는 겸손의 유머가 필요하다.

셋째, 유연성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독일군의 포격으로 버킹엄 궁이 무너지자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독일의 포격 덕분에 그동안 왕실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예상치 않은 일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 해 둘 때 발휘될 수 있는 미덕일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미혼남녀 653명을 대상으로 유머감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미혼남녀 10명중 8(85.6%)은 유머감각이 이성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또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20~30대 남녀 직장인 1025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인기 직원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원은 일을 잘하고 착실한 스타일이 아닌 센스 있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직원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유머는 이성간에 그리고 직장에서 호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재치 있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유머가 담긴 말 한마디는 어색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유머는 그 사람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냄새를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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