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보험 여왕, 냉장고 도어 왕 되다’… 매달 아파트 한 채값 벌어 승승장구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너는 머시마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가시내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남자들과 잘 어울려 놀았죠.”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성일이노텍은 영광출신 임민자(58)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자신의 어릴 적 꿈이 경찰, 군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화통한 성격이다. 자칭타칭 광주지역 보험업계의 전설이었던 임 대표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집안이 어렵게 되자 우연한 기회에 창업에 나섰다. 선천적인 친화력에 보험업계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면서 임 대표는 호남 지역에서도 보기 드물게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자수성가 여성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성일이노텍은 삼성전자, 동부대우, 대유위니아 냉장고 문(도어) 표면 스크린인쇄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유리 표면에 무늬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은 특허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건설사, 가구사 등에도 문을 납품하고 있다. 자체 사업으로는 글라스커버 유리도마제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490억원이다.

그가 과거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던 것은 이른 결혼 때문. 전남 영광 출신인 임 대표는 고교 졸업 후 광주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임 대표는 친척이 근무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실험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작은어머니 집에서 묵었었다우연히 그곳에서 하숙하는 총각과 눈이 맞아 스물다섯 나이에 덜컥 결혼식을 올렸다고 회고했다.

처음 임 대표는 평범한 전업주부를 꿈꿨다. 하지만 남편이 방위산업체에서 군 대체 복무를 하는 도중 아이가 생겼다. 양가에 손을 자주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그는 결혼했는데도 손을 빌리는 게 꺼림칙했다“1986년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 보험설계사로 워킹맘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남다른 친화력으로 임 대표는 돈을 쓸어모았다. 그는 당시 지역 주공아파트가 한 채에 300~400만원이었는데 이 돈을 매달 벌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의 영업전략은 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 대신 관공서였다. 임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지인영업은 자존심이 상했다“‘단체를 만날 수 있는 관공서를 주로 택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찰서도 매일 들락거릴 정도였다.

그는 생명보험협회지 모델부터 시작해 회사 지도장’, ‘지점장등 승승장구했다. 당시 지역 보험계 3대 미스터리 중 하나가 임민자가 왜 영업을 잘하는지 모르겠다였다. 회사 사람들도 나중에 호남 지역 여성임원이 나온다면 임민자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 내근직인 지점장으로 IMF 외환위기 역시 슬기롭게 넘어갔다. 그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한 것. 쏟아지는 해약을 막은 것에 이어 이례적으로 신계약 순증액을 이뤘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2001년 가족이 하던 사업이 부도났다. 압류까지 들어왔다. 다시 보험설계사로 필드를 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2000만원, 3000만원, 4000만원씩 악착같이 벌었다. 당시 아침에 눈 뜨는 것조차 싫었다던 그는 2005년 빚을 모두 갚게 됐다.

그러던 중 유리에 문양을 인쇄하는 특허를 가진 지인을 만나게 된다. 지인은 제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다며 그를 설득했다. 집안의 부도 경험 때문에 사업 자금을 빌리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특허 값 10억원과 사업 자본금 8억원, 18억원을 마련했다. 2005년 전북 정읍에서 성일토탈프린팅이란 회사를 열었다. 임 대표는 냉장고 도어 유리에 예쁜 문양이 인쇄되니 인기가 많았었다매출 58, 그다음 150억원 등 사업이 잘 풀렸다고 전했다.

광주 삼성전자 공장에 납품을 더 원활히 하기 위해 2010년 현재 위치로 회사를 옮겼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은 회사는 이때 위기를 맞게 된다. 메탈소재가 대세로 떠오른 것. 임 대표는 저는 트렌드 변화를 전혀 몰랐다허겁지겁 메탈 소재 프린팅을 강화했지만 기술이 부족해 영업이익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돌이켰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 상생팀에서 경영진단 및 처방을 내려줘 회사는 안정화를 맞았다.

한방에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그녀는 보유특허인 유리양면인쇄 기술을 활용해 도마류인 데스크매트(Mat), 테이블매트, 글라스보드 등을 개발한다. 자체 브랜드인 느보아르상표의 식탁 매트는 2015년 국내 유명 홈쇼핑을 통해 약 2만 세트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월에는 가구사업부를 신설했다. 자사의 유리인쇄 기술을 접목한 욕실, 현관, 주방, 드레스룸 등의 가구를 제작해 신축아파트 현장에 납품·판매하기도 했다.

성일이노텍은 투명경영을 실행 중이다. 매월 경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설명한다. 성일이노텍은 현재 터키, 인도 등에 직접 수출도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직원들의 생활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게 임 대표의 소망이다. 그는 주 거래처인 삼성전자를 오가며 깨달았다어느 정도 돈을 벌면 직원들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민자 대표는

1959년 전남 영광 출생이다. 영광여고 졸업 후 광주로 올라왔다. 1986년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5년 만인 1991년 지점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광주대 금융학과에 진학했지만 바쁜 사업탓에 졸업을 하지 못했다. 2005년 성일이노텍을 창업했다. 현재 제2대 한국여성벤처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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