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도시재생이 먼저인가, 농촌재생이 먼저인가. 다소 거친 질문일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농촌 재생이 먼저라고 답할 것이다. 인구과밀화로 포화상태에 이른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재정비하는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으로 인한 도시와 지방간의 격차는 심해지다 못해 급기야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령화, 과소화, 사회경제적 낙후성 등으로 소멸의 길에 접어든 농촌의 미래는 암담하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발전이라는 말도 취지는 좋으나 보기에 따라서는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수도 있다. 먼저 살아야뭔가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 도시와 발전의 짝을 이룰 농촌이 사라져가는데 상생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과도하게 몰린 도시의 인구를 분산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여 고른 발전을 위해서라도 농촌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농업으로 먹고 살 만하고 농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들이 조화를 이루며 교육 문화 의료 복지의 영역에서 격차가 해소되어야 한다. 시골살이의 행복지수가 높아져야 비정상적으로 비대화된 도시도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의 골고루 지속가능한 발전의 열쇠는 농촌에 있다.

농촌을 살 만한 곳으로 개발해야 한다. 물량공세를 앞세워 하향식으로 밀어부치는 묻지마 개발은 안된다. 한탕주의적으로 토건적인 방식의 개발이 가져온 후폭풍은 상당하다. 요란한 잔치가 끝나고 장밋빛 환상이 걷히고 나면 공동체와 주민들에게는 분열과 상처가 남는다. 농촌지역을 살리고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하는 개발이 오히려 농촌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농촌 개발의 속살이 이렇다. 전국에 이런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영국의 인문지리학 교수 마이클 우즈가 쓴 <농촌 : 지리학의 눈으로 보는 농촌의 삶, 장소 그리고 지속가능성>에서 저자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생활여건의 개선, 농촌지역의 개발 수준을 국가 기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것, 농촌을 살기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고 국가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만드는 것이 농촌개발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국가주도의 농촌 근대화 프로그램이 퇴장하고 새로운 농촌 개발 패러다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서 내생적 개발로, 하향식 개발 시행 방식에서 농촌공동체 자생력을 강조하는 상향식 모델로, 부문별 근대화에서 지역 단위 통합적 농촌 개발로 이동하는 추세다. 농촌개발 전략은 더 이상 개발의 해법이나 청사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공동체들이 스스로의 목표를 확인하여 자신의 개발계획을 스스로 시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농촌지역에 대한 담론적 전환을 가져온다. 더 이상 농촌은 퇴행적이고 낙후하므로 도시를 따라잡기 위해 외부의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지역이 아니다. 오랜 기간 형성된 고유한 사회 문화적 환경 자원과 상호 관계망으로 연결된 사회 자본을 가지고 있으며 내생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 농촌 개발의 근대화 패러다임은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상향식의 내생적 개발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농촌은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경제활동 공간이면서 거주의 공간이고 특정 생활양식과 연결된 공간이다. 긴밀한 상호연대와 관계로 표현되어 온 농촌공동체는 인구 이동과 인구 구성의 변화와 왜곡으로 인해 점점 새롭게 진화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인구의 유출과 유입으로 인한 농촌사회 이동성 증가는 전통적인 농촌공동체 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농촌은 동질적인 하나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역동적이다. 농촌의 역동성을 규정하는 것은 관계. 구성원들의 유대와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지역공동체 내 사회적 연결망의 강도를 표현한다. 농촌공동체 안의 사회적 연결망, 즉 사회적 자본은 농촌의 자립적이고 내생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도구다. 농촌의 사회적 자본을 결집시키고 강화해 나가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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