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규/ 경희안의원 원장
요즘 기온이 낮아지면서 감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독감 주의보가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고, 언제부터인가 사스,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이 언론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방법들 속에서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에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이 들어와 공격할 때 이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주변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 또는 세균에 쉽게 감염되고 여러 질환에 걸리기 쉽다. 같은 환경에서 지내는 아이들이라도 어떤 아이는 감기에 쉽게 걸리고 잔병치레가 많은 반면, 어떤 아이는 병치레가 거의 없이 항상 건강한 것은 바로 이런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면역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는 ‘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병이 된 것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되기 전에 치료한다는 말이다. 또한 ‘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하여 正氣(정기), 즉 병에 저항하는 능력이 있으면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말들은 모두 면역력을 키워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복용하는 ‘補藥(보약)’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처방들이다. 매년 가을 겨울마다 감기를 달고 살던 아이가 보약을 먹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고령자에게서도 마찬가지다. 加藤 士郎 등은 Science of Kampo Medicine에서 ‘고령자의 감기에 대한 한약의 예방 효과’라는 제목의 임상 논문을 통해 한약 투여군이 고령자의 식욕을 개선하고 기력을 회복시킴으로써 체력을 개선시키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여서 감기를 예방한다고 하였다.
이미 감기에 걸렸더라도 한약은 좋은 치료제가 된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인체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일으키는 여러 반응의 결과물이다. 한약은 항바이러스 작용 외에도 이렇게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여러 가지 병증들을 완화시켜주는 작용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땀이 나게 해주며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처방을 사용하여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열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하면서 발열을 위해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여러 질환으로 이환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평상시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충분한 휴식과 균형있는 식사를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감기 예방의 기본이다. 거기에 환절기와 같이 기온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맞아 미리 한약을 복용하여 면역력을 키운다면 감기로부터 더욱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