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조, 예술, 미디어 분야 등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다. 대신 수학, 건축, IT 관련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단순 반복적인 노동이 주가 되는 분야는 갈수록 줄어들고 유연한 상황분석, 합리적 대처와 문제 해결 능력, 협력적 관계 맺기를 통한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의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평생직업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감에 따라 아이들은 하나의 직업 대신 을 바꿔가며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5~7번 정도의 다른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정규직과 완전고용에 익숙한 부모세대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당연히 산업사회에 기여할 인력 양성을 목표로 했던, 부모세대가 받았던 근대교육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한겨레기고문에서 지금의 제반 국가적 조건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로부터 잠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기성세대의 결정은 미래 세대를 포함해 장기적인 비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의 상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책임감 있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중략)...중요한 건 현재의 지식과 정보에 매몰되지 않는 가운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 학교 현장의 교육은 과거의 교육이다.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가게 된다. 아이들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현재의 교육정책과 방향,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현재의 어른들이다. 우리 교육이 아이들을 대상화, 도구화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대우해야 할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프레임을 깨고 호혜와 협력을 통한 더불어 함께 사는 프레임으로 사회경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이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업을 가르쳐야 하고, 삶과 분리된 죽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삶터에 기반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기도 성남의 보평초등학교는 아이들끼리 탐구할 주제를 정하고 마을에서 그 답을 찾아가는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다. 기존의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 개인 혹은 공동이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마을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해 장소와 주제를 선택한다. 프로젝트 수행과정은 학교학습, 현장학습, 가정학습으로 이루어지며 학부모와전문가, 자원봉사자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화성생태관광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포괄하는 화성창의체험교육네트워크라는 비영리단체를 구성해 학교교육을 지원한다. 화성의 습지, , 유적지, 문화예술, 자원순환 등 다양한 체험학습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한 것이다. 학교 안의 예산을 모으고 다양한 현장의 해설사들과 마을의 여러 사업자를 연결하는 네크워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재 화성창의체험교육네트워크는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플랫폼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학교 교육은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로 확장된다. 마을과 연계한 협력적 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학교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되 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마을로부터 획득한다. 아이들은 교육 소비의 객체가 아닌 생산의 주체로 서면서 민주주의와 자치를 체험하고 학습한다. , 그럼 우리 마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할까. 마을과 학교의 상호협력적인 연계망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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