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평창동계올림픽이 이틀 후면 폐막식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잔치라 관심도 많고 이야기도 많았다. 특히 남북 평화를 위한 화합은 올림픽의 목적과도 맞아 떨어지는 의도적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싫은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올림픽을 통한 평화 추구가 싫은 게 아니라 정적인 여당의 성공이 많이 싫은 것이다. 상대의 성공은 내겐 불행인 셈이다.

평창을 중심으로 많은 시비가 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평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 비아냥 거렸고 북한을 받들어 모신다며 힐난했다. 종편 방송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숙소와 심지어 화장실까지 화면으로 내보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들에게 북한은 인권의 대상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북 응원단의 가면은 올림픽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까지 시비 거리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문제의 가면을 들어 보이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김일성 가면이 아니니 찢어도 되느냐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에 실제 찢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니 찢지 못하게 하리라는 답을 정말 기대했던 것 같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잘생기고 미남가면이기 때문에 김일성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고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 정치인들이라니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유지 되는 것이 참 신기하다.

미국은 남의 잔치를 축하하러 온 부통령이 판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남북의 화합이 그냥 싫은 것이다. 그는 귀빈들 리셉션 장소에 늦게 들어와 북한과의 동선을 피하며 일찍 나가버리는 무례를 보였다. 귀화한 한국 선수가 헬멧에 그려 넣은 이순신 장군의 그림이 문제가 되었고 한반도 기에 그려진 제주도가 일본과 영토분쟁이 있는 지역이라고 영국의 대표 신문은 떠들었다. 이런 오보는 그만큼 민감한 한일 관계를 보여주지만 독도가 이미 국제적 분쟁상태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SNS에서는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유니폼을 인공기 상징이라 문제 삼았고 관계기관에서는 일일이 소모성 해명을 해야 했다. 아무리 현 정부의 성공이 싫어도 국익을 위해선 협조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관심 밖이다.

가장 관심사는 김여정의 방문과 김정은 친필 전달이었다.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과 방북 제안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 시키자고 답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반응이다. 북측의 유류보조 요청에도 우리 마음대로 줄 수 없었다. 역시 미국이 문제다. 도대체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한국당 홍 대표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호칭까지 문제 삼았다.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노골적인 방해와 야당의 행보는 많이 닮아있어 흥미롭다. 미국 방송에서는 북한의 응원단들이 보여준 단체 몸짓을 패러디하며 놀리기도 했다.

북한의 공연단은 북으로 돌아가서 남한 노래를 10여 곡이나 부르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일 우리 공연단이 북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와 귀국 공연을 하면서 북한 노래를 10여 곡이나 불렀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아마 야당과 보수 단체들을 필두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결국 화해의 몸부림은 남북 당사자들의 몫일뿐이다. 그나마 제1야당은 어떻게든 평창의 실패를 원하고 있으니 갈 길이 멀다. 대한체육회장은 열악한 여건의 자원봉사자에게 막말 갑질을 해대고, 보수단체는 스케이트 선수가 헬멧에 달고 나온 노란 리본을 정치적이라 몰아붙였다. 추모를 정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20%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오늘도 채널A 종편에 출연한 탈북 패널은 북측 카메라맨들을 감시자라 주장했고 조금도 변하지 않은 북한을 강하게 힐난했다. 이들은 북한 선수단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싶은 것일까. 오히려 오직 북을 공격해야 만이 남한에서 살아남는다는 사고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John Lennonimagine을 들으며 평화의 의미를 새겨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