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시 따라 붙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별세했다. 우연이지만 이날은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하다.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인 그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인류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는 노벨상의 필수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훌륭한 이론들은 현시대에 검증을 받지 못했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시간의 역사위대한 설계가 있다. 특히 시간의 역사1,000만 부 이상이 팔린 초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여기서 만들어진 말이 호킹지수(Hawking Index, Hi). 구입한 책을 끝까지 읽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그만큼 호킹 박사의 책은 완독이 어렵다는 말이다. 단순한 교양서가 아니다. 요즘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을 다룬 교양서들은 거의 이 책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그만큼 그가 지구에 끼친 영향은 크다.

호킹은 미국의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와 같이 쓴 위대한 설계를 통해 우주가 확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우리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역사를 창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랬다. 신이 6일 만에 완성했다는 우주는 아직도 형태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계속 팽창하고 있다. 더욱이 우주는 다수의 우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그래서 호킹 박사의 주장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로 귀결 된다. 이렇게 호킹 박사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신학과 철학의 문제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그의 질문은 왜 무()가 아니라 유()가 있는가?”이다. 다분히 노자(老子)적 의문이다. 하지만 종교적 측면에서 어느 신의 창조 개념인 이 명제는 다시 신은 누가 창조했느냐는 새로운 질문을 유발할 뿐이다. 과연 위대한 설계는 누구의 작품일까.

같은 문제를 동양의 노자는 자연의 법칙으로 풀었다. 물론 호킹 박사의 위대한 질문 역시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이다. 바로 자연(우주)의 절대적인 법칙이다. 양의 물질 에너지는 음의 중력 에너지와 우주 전체의 균형을 이루고, 중력과 같은 법칙은 무로부터 자신을 창조한다. 이른바 자발적 창조다. 그래서 신의 창조는 없다. 우리는 위대한 설계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노자는 자신의 도경을 통해 훨씬 쉽게 설명한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라는 말이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하찮은 꼴과 개로 여긴다.’는 직역이다. 풀이는 천지는 자연(스스로 그렇게 됨)이니 작위와 조작이 없어 만물끼리 스스로 다스린다. 그래서 천지는 어질지 않다. 어진 자는 작위적인 행위로 교화하고 이루니 사물은 진실을 잃고 존재하지 못한다.”이다. 이른바 자연의 법칙이다. 여기서 작위적 행위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려 창조의 신을 잉태한다. 그래서 종교가 되고 무작위의 법칙은 빛을 잃는다.

노자는 우주를 자연의 법칙으로, 도는 삶의 법칙으로 본다. 그래서 도가 없어지면 대안으로 인의(仁義)가 만들어진다. 지혜는 속임수를 유발하고, 육친의 불화에서 효자가 나오며 나라가 어지러워야 충신이 나온다. 도 안에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으며 행함이 없음으로 모든 것을 이룬다. 그래서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주를 바라보다 우주로 갔다. 그가 보유했던 에너지는 흩어져 우주로 환원했다. 누구나 그렇게 남는다. 절대적인 법칙이요 자연의 순환이다. 작위의 개입은 필요 없다. 이 법칙은 세계 각지에서 다른 이름의 신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연이요 우주임을 모르고 내재한 신성을 거부하며 오직 밖에서 찾는 어리석음을 보인다. 호킹은 저서 위대한 설계를 통해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말해 과학과 종교의 격렬한 논쟁을 유발했다. 또한 하나의 우주가 아니라 다수의 우주를 가정하는 끈 이론을 토대로 해서 ‘M이론이 우주 생명의 기원과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인간 이성이 승리할 것임을 예견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며, 우주와 생명이 신의 창조물인지 자연 법칙에 의해 스스로 발생한 것인지 저서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보자. 21세기 최고 과학자의 죽음을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위대한 설계의 일독으로 기려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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