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며칠 전 제주 4.3사건 추념식장에서 문제인 대통령이 제주도민에게 깊은 사과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처음 참석한 자리다. 정부에 의한 폭력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진실한 사과일 것이다. 발단은 이념의 문제였지만 결과는 민중학살이라는 점이 6.25 이후 공통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즘은 민중이라는 단어도 붉은색에 가깝다는 이유로 양민이라는 말을 선택해 양민학살이라고 한다. 마지막 양민학살은 전두환 정권에서 저지른 5.18이다. 당시만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많이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공식 기록으로는 사망 165, 부상 후유증 사망 376, 행불 76, 부상자 3,139, 군인 9명과 경찰 4명 사망으로 나와 있지만 광주 시민들의 체감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 특히 군인 9명 사망자 중 절반은 자기들끼리 오인 사격으로 빚어진 결과이고 보면 교전은 시민군의 일방적 피해로 막을 내린 셈이다. 이렇게 광주 5.18은 대충 마무리가 되어가지만 제주 4.3사건은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잔뜩 왜곡만 되어있는 실정이다. 6.25 당시 저질러진 양민학살이 대부분 그렇듯이 미국이 중심에 있었던 4.3 사건 역시 한국정부는 아직 출범 전이었고 미국 군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감추고 쓸어 담기 위한 왜곡이 없을 수가 없다. 노무현 정권에서 조금 풀어질듯 싶더니 다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빨갱이 소탕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추념식에서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로 70년 만에 왜곡된 현대사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일까.

현재 제주지사는 원희룡이다. 자칭 보수를 말하지만 우리나라에 보수는 없다. 김구 선생을 이어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까지 보수는 끝났다. 안타깝게도 통일조국을 원했던 보수와 중도 지사들은 모두 암살을 당하거나 의문사 했다. 원희룡 지사는 보수라고 쓰지만 읽을 땐 수구. 그리고 그는 제주지사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요즘 4.3사건에 약간의 관심을 던져보지만 내심은 전혀 별개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배경지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근본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는 2008121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상수 의원 대표발의)의 폐지 법안에 서명한 사람이다.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이런 사람을 지사로 뽑았을까.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나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양민학살은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숨겨지고 왜곡되어 왔다. 거창 함양 산청 문경 함평 등이 그랬고 노근리가 그랬다. 모두 우리 국군과 미군이 저지른 짓이다. 처참한 일이다. 하지만 제주 4.3은 격이 다르다. 공식적 숫자만 28,561명이 사망했다. 다른 자료에선 86천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최소한 3만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 바로 미군정하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이승만이 5.10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으려던 시기에 일어난 대학살이다. 6.25 양민학살과 공통점은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것이다. 바탕을 사회주의에 두고 이른바 토벌령을 내리지만 결국 대상은 일반 민중이다. 여기에 사망자의 30%가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었다면 이데올로기의 타당성도 빛을 잃는다. 정권을 향한 야심은 사심이지 공심은 아니다. 국민을 대량살상을 해서라도 권력의 사심만 채울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 당시 미군정의 바지였던 이승만은 제주 놈들은 모두 죽이시오라고 명했고, 조병옥은 대한민국을 위해 전 도에 휘발유를 부어 30만 도민을 모두 죽이고 태워 버려라고 했으며 신성모는 제주의 도민이 없어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존립은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이 대한민국인데 그들을 죽여서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논리는 완전한 거짓이다. 1야당 대표는 4.3사건을 좌익 폭동에 의한 양민 희생이라 논하며 제주 양민이 희생된 날로 추념하면 오히려 모욕이라고도 말했다. 양민 희생자의 80%가 미군이 주도한 우리 군경과 서북청년단이라는 기독교 단체에 의해 죽었는데 좌익 폭동의 희생으로 보는 그의 시각이 경이롭다. 당시 제주민들의 한결 같은 1순위 주장은 미군철수와 남한단독선거의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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