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요즘 일과의 시작이 미세먼지다. 미세먼지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점차 나쁨에 무뎌지고 있다. 좋은 날보다 나쁜 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정가에선 계속 중국 하늘만 원망하고 있으며 그 외 원인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앞에 수식어로 붙는 중국발이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하다. 명백한 책임회피다. 물론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책임이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 자체 발생 먼지도 절반 이상이라는 의견이 통설이지만 가장 편한 책임 전가는 역시 중국을 앞세우는 방법이다.

서울 시장 경선자들이 토론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었던 분야가 미세먼지 대책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150억 원을 투자했던 저감정책이 실패 했다는 질책성 공격이었다. 안철수와 김문수 후보도 공격에 가세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않고 내버려 둔 것만도 못한 결과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잘못을 원색적으로 비방 지적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정책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이 당장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데 잘못을 지적할 뿐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시장이 되어야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힘들다. 좋은 방안이 있으면 시장 당선을 기다리지 말고 당장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선에서 패하면 어쩌면 방안은 없었던 것이 되겠지만.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흉은 중국발 먼지겠지만 이에 못지않은 주범은 역시 자동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 되는 자동차 통행량이면 미세먼지 발생의 공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배기가스의 폐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심각하다. 주로 증발가스와 블로바이 가스, 배기가스가 배출 되지만 배기가스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 미연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 납화합물(lead compounds), 입자상 고형물질(PM)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 같이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이다. 여기에 타이어 분진은 도로에 내려 앉아 있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면 대기 중에 퍼져 우리의 호흡기로 파고든다. 생활과 너무 밀접해진 자동차 문화는 무뎌진 신경과 함께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우리 건강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대로변에 집을 지어놓고 편리성을 주장하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길가에 재배하면서 운전자들을 불러들이지만 살 곳이 아니고 먹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야말로 독극물이다.

담양이 2007년 창평슬로시티로 삼지내마을이 지정되더니 담양 전역으로 확대되어 국제슬로시티에 가입이 되었다. 이번이 3번 째 인증이다. 완도군은 청산도가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되더니 역시 성과가 좋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3번 째 인증을 받았다. 200888천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작년에는 344천 명으로 늘었다. 다시 찾고 싶은 지역 1위 자리를 고수했음은 물론이다. 부러운 일이다. 신안군의 증도는 ‘1004전체를 끌어 안고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친환경 정책의 결과다.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생태의 보존은 사람을 살리고 경제도 살린다. 지구의 황폐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생태를 보존하는 환경의 조성이다. 며칠 전 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여름의 길이가 숲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반경 500m 이내의 도시에서도 숲의 크기에 따라 여름이 최대 57일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린인프라(공원, 수역, 산림)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 영광의 방향은 항시 역으로 간다. 물무산 권역을 온통 훼손하더니 불갑산 야생화 최대 군락지에 이상한 꽃을 심고 길까지 내버렸다. 보호를 호소하던 사람들은 아연실색이지만 정작 군 담당들은 의미조차 모르니 더 큰일이다. 하천은 정비라는 미명하에 직강으로 변하고 수천 년 끄떡없던 골짜기에는 소형 보가 만들어졌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를 상징하는 성과가 후일 어떻게 다가올지를 알아야 한다. 자연과 생태 훼손은 즐김과 관광객 유치로는 보상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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