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수구정권이 9년에 걸쳐 최악으로 몰아버린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의 결실이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막아버리고 개성공단까지 폐쇄해버리는 이상한 정치를 구사하던 사람들이 이젠 이해하기 힘든 논리로 소위 고춧가루를 뿌려대고 있다. 북한의 속임수라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주장이요 돌파구지만 억지 논리로는 이제 국민의 눈높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이 드루킹이라는 호재를 이용해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현 정권에 흠집내기로 들어갔다. 국정원 댓글공작과 민간인 댓글사건을 동등하게 몰아가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여기에 적극 협조하는 기득권 거대언론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형성해 제1야당을 지원사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기자가 절도까지 하면서 야당대표의 태블릿이라는 단어를 이끌어 냈다. 최순실의 태블릿을 연상하게 만드는 뜬금없는 발언이었지만 하루 전 방송국 기자가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침입해 태블릿을 훔쳤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야당대표의 갑작스러운 태블릿 언급이 이해가 되었다. 한심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그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남북 평화의 궁극적 결과도 그들에겐 마뜩치 않다. 현 정원의 성공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 바로 북측의 거짓이다. 이번 회담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 김정은의 시간벌기 거짓으로 결과가 밝혀지면 환호성을 지를 것 같은 예감이다. 남북 국민 99%가 통일을 원해도 1%의 기득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리드를 하면 통일은 멀다. 일촉즉발 전쟁의 위협에서 순식간에 바뀐 평화 회담이다.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엄청난 진전이다. 서로 국가로 인정하고 왕래하며 살가운 형제 나라로 살 수만 있다면 춤이라도 출 것이다. 그러다 다시 하나가 되어 한반도로 어우러지면 우리 민족의 기상은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통이 이어져야 한다. 육지에 머리를 두고 있으면서 섬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슬픔은 아직 진행중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한진그룹이 오너 가족의 비정상적 갑질로 인해 전 국민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이라는 대표기업을 안고 있는 한진그룹의 세 여자가 나라를 들끓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동영상과 녹음 파일은 온 국민을 감정의 패닉상태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행패를 부린 상대가 바로 우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세 여자가 보이는 증상은 확실히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이다. 그런데 대다수 재벌들의 갑질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경제 비평가의 발언은 더 큰 충격이었다. 오십보 백보라는 것이다. 국민 평등권은 헌법에서 문장으로만 존재한다는 결론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그늘에서 철저한 계급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급과 사회적 지위는 통장에 그려진 동그라미의 숫자와 비례한다.

국영이던 대한항공공사가 경영의 어려움에 빠지자 1969년 박정희의 권유로 한진상사에서 운영권을 인수했다. 직원은 용역까지 합해도 514명에 제트기 1대와 프로펠러기 7대가 전부였다. 취항지도 일본의 3개 도시가 전부였지만 현재는 연매출 11조가 넘는 거대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당시 정권에서 부여한 국적사용과 국기 사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주었고 현재 국내 13개 도시와 세계 43개국 123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도를 넘은 이들 가족의 행태에 분노한 국민들이 청와대 민원게시판에 국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는 청원을 올렸고 동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나 사용하는 태극문양을 사용하려면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역을 공부하는 학자 한분이 대한항공의 태극문양을 비평했던 일이 있다. “태극은 음양의 변화를 나타내는데 중간에 흰 공간이 교반을 박고 있어 엄격한 의미의 태극이 아니다. 위아래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죽음을 뜻한다. 반드시 맞닿아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태극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회사가 많지만 정확하게 쓰는 곳은 없고 모두 형상화 시켜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태극기의 태극도 엄밀하게 따지면 틀려 있다. 원래의 태극선은 세로이지 가로가 아니다.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이 왜 바로잡지 않는지 의문이다. 대한항공이 한진항공으로 바뀌고 중간이 막힌 태극문양 역시 내리는 것이 국민의정서에 부합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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