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새해 보따리를 풀었는가 싶었는데 벌써 5월이다. 접경지역 대북확성기를 철거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종일 반복되고 있다. 확성기 대북방송은 196351일 처음 시작했고 같은 51일 철거를 하니 정확히 55년 만이다. 같은 날 대한항공을 물 한 잔으로 쓰나미 파도를 만들어버린 울트라 우먼 조현민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기자들 질문에 6번 같은 답을 반복했다. 나중에는 울컥하는 감정의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죄송해서 보인 행동은 아니다. 함부로 대하던 대상들에게 당하는 수모가 분했을 것이다. 분해서 운 것이다. 4년 전 언니도 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당시 조현민은 언니를 위로하며 SNS언니를 위해 복수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래서 반성은 절대 아니다. 51일 노동절. 그녀의 경찰 출두를 보며 노동자의 위치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이 5월이다. 그래서 가정과 함께하는 기념일을 몽땅 5월에 배치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나란히 사흘 간격이니 젊은 부부들은 부담이 크다. 아이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고 부모를 찾아뵈어야 한다. 가까이 계시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멀리 떨어져 살면 현실과 효도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다시 일주일 지나면 스승의 날이다. 아이를 맡겨 놓은 입장에서 손 편지라도 한 장 써서 꽃에 꽂아 보내야 마음이 조금 편하다. 받는 교사의 입장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일단 자신의 인사가 중요하다. 교사의 마음도 편하진 않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의 부담보다 교사들의 부담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과연 이런 기념일들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상이 전통적으로 부모와 자식 그리고 스승이었다. 굳이 따로 날을 잡아 모시고 위하는 대상이 아니다. 항시 가슴에 품고 365일을 살아야 하는 절대적 사랑의 대상이다. 1년 중 하루를 잡아서 특별히 모시고 위하는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젊은 가장들이 힘들어하는 5월이지만 납북 관계는 희망적이다. 미국에서 한 달 이내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예상보다 빠른 평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물론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날 수도 있지만 희망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치권에 최대 적과 복병이 있다. 홍준표 대표는 연일 실패의 염원을 담아 독설과 저주에 가까운 인터뷰를 내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주사파가 등장하고 야합이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어처구니 없는 회담이라고 평했다. 현 정권의 성공이 너무나 싫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문재인 정권을 긍정적으로 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홍준표 대표가 계속해서 자한당 대표로 남기를 응원한다. 그의 혀가 자한당을 지지율 20% 이하로 묶어 놓기 때문이다. 실재 SNS에 지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기도 하다. 경남과 인천 등의 지방선거 자한당 후보들은 홍 대표와 거리감을 두고 그의 발언을 비판하지만 내심은 전혀 다르지 않다.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기에 비판하는 척 할 뿐이다. 그냥 표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일은 현재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니 착각은 금물이다.

5월은 이래저래 바쁘고 다사다난한 달이다. 그리고 모처럼 희망을 그리는 달이기도 하다. 철도가 이어지면 상하체에 따로 돌던 혈로가 정상적으로 순환해서 한반도는 건강을 회복할 것이고 흩어져 살던 부모형제들은 천륜을 찾을 것이다. 열차로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보고 북한의 명산을 둘러보는 것이 소원이라면 과분할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자. 희망은 바람이고 바람은 노력이고 노력은 결실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5월은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이다. 59일은 문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국 협력방안도 나누고 아베와 양자회담도 진행될 것이다. 이제 본 게임의 시작이다. 조금은 힘든 가정의 달에 들려올 희망의 결과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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