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중앙정부의 많은 투자와 지방정부의 노력에도 농촌은 갈수록 쇠퇴하고 농촌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 청년들이 농촌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광군도 예외가 아닙니다.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미 만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농업인구로만 보면 고령화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농업정책은 소수 엘리트들이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농업을 벤치마킹하여 국내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가 정책을 세워 지침을 내리면, 지방정부는 그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였습니다. 대규모 농업예산이 그 정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다채롭고 다양했던 우리나라 농업은 지역에 상관없이 획일한 작업환경에서 몇몇 작목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 폐해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계화, 대규모 작물재배, ICT를 접목한 농업, 6차산업화, 특용작물 재배 등 그동안 시행되었던 정책이 국내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농촌은 갈수록 늙고 가난해지고 있는데, 이제는 시장개방으로 쌀이 남아도니 타작물 재배를 정부시책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도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법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농촌과 농민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에서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 곳곳에 직매소(로컬푸드)를 설치하여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고 상품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생산자단체는 일본의 농협인 JA와 협력하여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면 대형 직매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차 가공과 3차 체험을 접목하여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과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가까운 일본은 농촌과 농민을 지키기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농협, 지역민, 생산자가 모두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농관련단체 대표들과 더불어민주당 김준성 영광군수예비후보와의 농업공약 실천협약식이 당내경선 결과를 앞두고 진행되었습니다. 협약서에는 농민수당 지급 노력, 쌀값 안정을 위한 상설 협의기구 구성, 농민헌법 개정 노력, 남북 농업교류 예산확보 등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협약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실망스런 부분이 많습니다. 협약내용 도출을 위해 영광군민과 다른 단체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내부적으로 충분한 협의와 논의가 있었는지의 과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비후보가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마치 공약으로 발표해 버린 언론도 너무 성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향후 영광군에 거주하고 있는 대다수 지역민들과 영광군의회와의 충분한 공감대와 준비과정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농관련단체에서 제시한 협약내용은 영광군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광군보다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적합한 정책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책추진 시 충분한 공감대 부족으로 반대하는 단체와 군민들로 부작용이 클 수도 있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영광군민들도 민주주의적으로 많이 성숙되었고 정치와 정책에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영광군 농민단체들도 당연히 여기에 부응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영광군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관련 대표들뿐만 아니라 영광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영광군의 미래, 영광군 농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충분한 협의와 정기적인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해 가는 장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촌의 해법은 이제는 영광군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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