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 있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로랑 베그(LAURENT BEGUE)’가 쓴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이면서 대학연합 심리학연구소 소장이다. 그가 세간의 시선을 모은 것은 엉뚱하게도 이그 노벨상심리학 분야를 수상하면서이다. 이그 노벨상이란 황당하고 기발한 분야를 연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 그는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을 매력적이라 생각한다.’는 가설을 입증해 이 상을 받았다. 이 책을 인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독을 권하기 위해서 거론해 봤다. 사회심리학은 우리의 관념과 정서, 행동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관심에 두며 도덕현상을 관조하는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기에 좋은 학문분야라는 그의 지론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늘도 언론과 포털, SNS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가짜 뉴스는 참과 거짓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현대인들의 판단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 어느 시기보다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하고 정치인들은 선택의 기치로 내 걸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는 각종 윤리위원회가 들어서고 있지만 인간의 도덕성은 종말로 치닫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고 외칠수록 사회는 더욱 악으로 기울고 있다. 국가는 규칙만 양산하고 인류는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의 뇌는 지극히 도덕을 지향하지만 사회는 나빠지고 있다. 누군가 사회를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규칙을 정하는 것과 실행의 괴리는 욕심을 추구하는 거짓이다. 바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욕심을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정치계를 보면 그야말로 거짓말 경연대회를 연상하게 한다. 자신의 과거 언행이 영상으로 방송이 되어도 한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본인이 모르지는 않겠지만 정치인의 3대 기본 중의 하나가 바로 뻔뻔한 거짓말이고 보면 자질이 있는 셈이다. 근래 정치인 중에서 가장 거짓말에 서툴렀던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정치인으로서는 중요한 자질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래서 심각한 부적응 증상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 거짓말을 하고 막말 퍼레이드를 벌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라는 위안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태어날 때 선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악하다는 증거도 없다. 하지만 의사 표시를 하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침팬지도 자신의 보호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어쩌면 동물에게 거짓말이란 자연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이마누엘 칸트는 거짓말로써 인간이 버리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다.”고 했고, 아나톨 프랑스는 거짓말이 없다면 인류는 절망과 지루함으로 죽어버릴 것이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거짓 없는 세상의 기본을 소위 천국으로 삼는다. 하지만 도올은 천국을 변화가 없는 세상으로 본다. 우주는 변화가 없으면 죽는다. 아나톨 프랑스의 말과 상통한다. 그래서 도올은 천국에는 가기 싫다고 말한다.

가장 흥미로운 말은 조지 코스탄자의 기억해, 네가 믿는다면 그건 거짓이 아니야라는 명언이다. 거짓은 믿음을 주지 못함은 물론 그 사람의 신뢰성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만 만일 믿음이 전제 된다면 그것은 이미 거짓이 아니다. 박근혜의 행동과 최순실의 거짓, 이명박의 발언들이 아무리 빈 쌀독을 긁어대는 것처럼 공허한 거짓이어도 굳게 믿는 15%의 사람들에겐 진실이다. 역사적 진실도 마찬가지다. 성서의 시작도 거짓을 명제로 출발한다. 인간의 원죄는 바로 뱀의 거짓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와(Eve)뱀에게 속아서 따 먹었습니다.”라고 고했다. 뱀이 거짓을 일러주었는지 진실을 말했는지는 논외다.

개인의 거짓말은 신뢰를 잃고 정치인의 거짓말은 자신의 신뢰는 물론 국익까지 잃는다. 김성태 대표는 일반인이 왼손으로 서툴게 가격한 주먹에 맞아 기절을 하고 목에는 경추환자들이나 착용하는 목 깁스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정치테러라는 것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사건은 이익을 보는 쪽에서 저지르는 법이다. 엉성한 시나리오지만 최선을 다해 매달리는 이들의 서툰 연기가 안쓰러운 것이 나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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