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참스승의 사표, 어두운 사회를 비추는 등불

교육의 3부재(不在) 걱정 참다운 스승’ ‘참다운 제자’ ‘참다운 학부모

얼마 전 55번째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생각나는 은사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가 아닌 만인의 은사가 있다. 광진구 자양동에는 무려 43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배움터가 되어온 곳이 있다.

바로 야학교실인 상일봉사학교다. 이곳은 잘 아시다시피 영광출신인 정용성 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상일봉사학교의 역사에는 사비를 털어가며 4천명이 넘는 제자들을 길러낸 정용성 교장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무료 야학교실, 상일봉사학교. 정용성 교장은 서울의 여러 초등학교 교장과 성동교육장을 지낸 바 있는 올해 85세의 정용성 교장이다.

교직생활을 하다 접하게 된 빈민촌 주민들을 위해 비닐하우스를 세워 시작했던 야학교실이

상일봉사학교의 시작이었다.

학교를 세운 게 지난 1975년이었으니, 벌써 43년 전 이야기다.

정용성 상일봉사학교 교장은 저는 서러움 중에 배고픈 설움이 첫 번째고, 두번째가 바로 못배운 설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성동구였던 상일동은 빈민촌이 있었는데 이곳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야학을 시작한 게 벌써 43년이나 됐다. 시간 참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후 사비를 털어 건물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초중고 무료 검정반을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 무려 4,700명의 제자가 배출됐다.

스승의 날이 아니어도 지금도 가끔씩 감사인사를 드리러 오는 제자들에게 있어 정 교장은 하늘과도 같은 존경의 대상이다.

한 지역주민은 사비를 털어 제자들을 키워내셨으니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겠냐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광진구 자양동)교장 선생님 덕분에 한글을 깨우쳤다면서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냐고 말했다.

정 교장은 집과 땅까지 팔아가며 사비로 운영하다보니 힘이 들어 그만두고 싶은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버티게 해준 건, 교육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는 확신과 믿음이었다.

정용성 교장은 사비를 털어서 하다보니까 아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자고 햇다면서 그때 정주영 회장이 돌아가셨는데, 아내한테 정주영 회장이 돌아가시면서 차 한대라도 가지고 가셨느냐. 우리는 죽어도 명예가 있고 4천 명이 넘는 제자들이 있지 않느냐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사비도 바닥이 나고, 근근히 들어오던 주변의 성금마저 경제난 탓에 크게 줄어들면서 개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은 상일봉사학교.

그래도 정 교장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못배우는 이들을 위한 가르침을 계속할 계획이다.

정용성 교장은 경제가 어려워져서 운영에 큰 도움이 돼왔던 성금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운영이 상당히 힘들지만 그래도 해보는데까지는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외형적인 것이나 물질적인 것 보다 사랑과 존경과 믿음으로 맺어지는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를 말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도가 무너져 가는 세태라고 한다. 정용성 교장은 교육의 3부재(不在)를 지적하며 걱정한다. 참다운 스승이 없고, 참다운 제자가 없고, 참다운 학부모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봉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용성 교장처럼 처음 다짐한 교육봉사의 뜻을 초지일관 평생을 지키며 헌신해온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오직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 그것도 몰아치는 비바람 고난 속에서도 버림받고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을 참사랑으로 돌보며 가르쳐온 사람, 자신과 가정의 어려움 보다 제자 한사람을 더 보살펴온 사람 정용성 교장. 만약 노벨교육상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 후보에 올라야하지 않을까. 그는 진정 한국의 페스탈로찌가 아닐까. 정 교장이야 말로 이 시대 참스승의 사표요, 어두운 사회를 비추는 등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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