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며칠 전 예루살렘에서 총격이 있었다. 8개월 된 영아를 포함해 60여 명이 숨지고 2,77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일방적인 살상이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결정에 반대시위를 하자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이다. 사상자 중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로 이스라엘 건국 70년이다. 1948년 이스라엘은 세계에 흩어져 있던 민족을 불러 모아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 나라를 세웠다. 근거는 2천 년 전에 있었던 신의 말씀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후원을 등에 업은 유대민족은 가자지구를 커다란 수용소로 만들어버렸다. 가자지구의 2006년 민주주의 선거 시도로 탄생했던 하마스 정부를 이스라엘과 서방 열강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타국의 민주주의 잔치에 마음대로 재를 뿌리고,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무소불이의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은 이해가 힘들지만 아직도 이러한 현상들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이스라엘 국민이 아닌 사람들은 내몰림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 날 길이 없다. 가해자 이스라엘의 주류인 유대인 집단도 이를 지키기 위해 평화롭지만은 않다. 여성까지 현역으로 징집이 되고 나라 전체가 군대화 되어야 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점령지역의 원주민들이 받는 고통의 반사적 불행이다.

1948, 이스라엘이 소위 건국을 하면서 벌어진 아랍 국가들과의 격돌은 이제 중동이 아니라 이슬람권 전체로 번져버렸다. 중동분쟁이 아니라 중동대전이 된 것이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말리 내전, 수단 내전, 리비아 내전 등 이름만 내전이지 모두 국제전의 성격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군들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으로 보는 분쟁도 많다. 예멘 내란, 소말리아 내란, 파키스탄 변경 내란, 나이지리아 내란, 필리핀 민다나오 섬 무력 충돌, 쿠르드족의 독립 분쟁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체첸, 다게스탄, 조지아 등 갑카스 지역 자치공화국들도 소련 붕괴를 시작으로 내전과 내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분쟁의 축이 바로 팔레스타인이다. 2014년 여름은 팔레스타인에게 재앙의 날이었다. 50일 동안 가자지구를 완전봉쇄하고 공습한 결과 약 2,20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주류민족 유대인이 2천 년의 한을 접고 터를 잡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서방의 열강은 무슨 생각일까. 당연히 종교적인 복심이 숨어있다. 현재 아브라함의 자손이 이끄는 종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로 나뉜다. 조상과 모시는 신은 같지만 전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중동의 모래 바람 속에서 생성한 3대 종교이다. 이들의 분쟁은 1095년 십자군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루살렘에서 9개월 정도를 머무르던 은자 피에르는 그리스도교 순례자를 폭행하는 이슬람교도를 목격하고 분개한다. 바로 성지 정복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로마교회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기치를 내걸고 그를 이용한 것이 바로 십자군 전쟁의 시발점이다. 십자군에 참가만 해도 모든 죄를 사하고 천국으로 감은 물론 타교도들에게 빼앗은 재산은 모두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유혹은 강했다. 문제는 예루살렘이 3종교의 공통된 성지라는 것이다. 신은 아브라함이 백 살에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 명한다. 번제란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다음 불에 구워 향기로운 고기 냄새를 하느님께 드리는 의식이다. 당시 아브라함이 칼을 들고 이삭을 눕혔던 곳이 바로 예루살렘의 여호와가 준비한다는 뜻의 여호와이레. ‘바위의 돔인 이곳 오마르모스크 지붕에는 아라비아 문자로 코란이 새겨져 있고 내부 중심엔 이삭을 눕혔던 바위가 있다. 절대적인 성역이다. 다윗의 후손이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바위의 돔에 성전을 세우는 날 예수의 재림 충족요건이 갖추어진다는 개신교 근본정신은 유대 집단이 나라를 세우고 예루살렘을 평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남의 나라 수도까지 지정하는 이상한 관여를 하고 이른바 십자군 전쟁을 부활시키고 있다. 알다시피 북부 이스라엘의 수도는 사마리아였고 남부 유대인의 수도는 예루살렘이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이라 했으니 모순이라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중동의 전쟁에는 과연 무슨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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