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1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당세와 관련이 있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여러 곳에서 치러진다. 그만큼 이번 선거판은 정치권에서 중요하다.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한 곳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존립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여권에서 불거져 나온 파문은 전국을 뜨겁게 달궜고 김경수와 드루킹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렇게 이슈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국민의 관심이다. 열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북미정상회담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물론 원인은 조금 다르다. 가장 관심을 끌어야 할 군수 선거가 불붙지 않으니 다른 해에 비해 상당히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아주 낮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야당의 거대한 실패에서 기인한 여당의 반대 이득은 전국의 선거판을 거의 덮어버렸다. 흥미를 유발하는 박빙의 다툼이 불과 서너 곳이니 시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바로 선거다. 그리고 국민에게 주어진 최후의 권리 역시 투표권이다. 국민은 국가를 혹은 지방정부를 이끌어 갈 정치인을 선택하는 마지막이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문제는 선택의 대상이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 좁은 것이다. 아무리 적합한 인물이 있어도 나서지 않으면 선택할 방법이 없다. 피선택의 권리는 오직 나서는 자의 몫이다. 어쩌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인지도 모른다. 해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나설 자는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막강한 선택의 권리는 대상을 잃어버린다. 이른바 풀뿌리의 실패다. 나서는 자는 풀뿌리고 약뿌리는 나서지 않는다. 막대한 경비를 지출하며 표까지 구걸해야하는 정치판에 나설 이유도 없거니와 필요성도 없다. 정치는 봉사와 희생이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엔 완장이 되었고 권력이 되었다. 그래서 정작 나서야할 지성인들은 나서지 않고 욕심의 충족을 위한 완장이 절실한 사람들만 넘쳐난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기초선거 불요성을 말한다. 지역민의 분열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사업의 난발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심한 이는 망국론까지 이야기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기초자치선거가 어쩌다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누가 뭐래도 지방선거는 우리와 직접 맞닿아 있는 중요한 행사다. 출마자를 자세히 분석하면 분명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 것이다. 오십보백보도 좋고 도토리 키재기도 좋다. 그래도 백보가 우월하고 큰 도토리가 쓰임이 좋다.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은 해가 거듭할수록 일보라도 더 우월한 인물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투표권 포기는 자신들의 마지막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는 자는 정치적 불만을 토로할 자격을 잃는다. 주어진 권리를 버리고 권리를 말할 수는 없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사전투표가 치러진다. 당일 투표가 어렵다면 한가롭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사전투표다. 오히려 당일보다 훨씬 편리하다. 꼭 자신의 관할 투표소를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마지막 권리를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초단체의 선거이니만큼 당색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인물들이고 보면 선택은 쉽다. 일단 능력을 살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누구를 선택했는지 돌아보자. 심지어 독해 능력도 없는 사람을 행정 견제의 임무를 주어 들여 놓기도 했다. 바로 지역과 혈연을 따른 결과다. 좁은 영광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진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습다. 행정에 불만이 있다면 대리만족을 시켜줄 인물을 고르면 된다. 군 사업이나 기웃거리는 본분을 잊은 인물은 도태되어야 한다. 없다면 그중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고르면 된다.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투표권을 버리면 안 된다. 우리가 선택한 4년 유기 계약직들은 영광의 4년 살림을 맡아야 할 중요 임무를 띤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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