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시인

그 화려한, 민주주의에서만 꽃피는 선거의 축제 6.13 선거판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후보자 각자에 따라 선거에 쏟은 기간이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정말 대장정의 시간이었습니다.

후보자와 그 가족들은 당사자였기라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바쁜 철에 선거에 휩싸여 일손들이 차질이 생겼다고들 합니다. 많은 인력들이 선거판으로 유입되다보니 농촌의 모자란 노동력은 더욱 어려워져서 제 때에 파종도 힘들었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농부들의 심정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지방의원 말고도 국회의원 보선까지 치루어지다보니 총 425명의 일꾼을 뽑게되고 초대형급의 선거판이다 보니 온 나라가 시끄럽고 특히 지방이나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는 일은 매 선거마다 그랬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지역은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후보자들이 많이 나서서 각자 나름대로 자기 사람을 찾고 모으고해서 당선으로 이끌어 가야하기에 자연스레 유권자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편을 갈라놓는 현상이 되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이웃이나 친척들의 크고 작은 일에 함께해서 서로 돕고 나누어서 어떤 큰일도 해내는 의리있는 민족이었습니다. 이웃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집의 바쁜 농삿일도 중단을 하고 이웃으로 달려가서 몇날며칠이고 일이 끝날때까지 같이 했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현대로 내려오면서 점점 약해져 갔지만, 선거가 치열해지면서부터는 그런 것도 눈치 보느라 점점 약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 들여다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웃집, 친척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본다는 뜻입니다. 꼭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보다는 더 약한 뜻으로 예의를 표하는 정도의 인사로 쓰이는 말이었는데 선거기간에는 그것조차도 오해의 소지나 갈등의 소지가 있을까 해서 피해야 했다는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그럴 것 같다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OO의 개소식에 가면 내편이 아니어서 경계하고 헐뜯고 비아냥거려 서로가 낯설게 되고 그것은 선거가 끝나도 이어져서 골이 깊어졌던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천년의 시대에서 새로운 비젼으로 살아가면서도 구태의연한 모습을 답습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지난 때에는 그랬을지라도 이제부터라도 말끔히 씻어내서 나라다운 나라에서 선진된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선거전에서 후보로 나섰던 당사자들이 선거판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은 훌훌털고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서로 상대가 되었던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서 서로의 가슴으로 부딪치고 안아서 웃고 웃어서 회복할 일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습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었을지라도 이것은 잠깐이지 않는가. 금방 세월 흐르면 처지가 바뀔수도 있는 것이기에 선거에서의 승·패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먼저 가슴과 손을 내미는 자가 영원한 승자일 뿐입니다. 패자는 축하를 보내고 승자는 위로와 감사를 보내고 아주 가슴 넓은 사람이면 언제 어디서라도 존경받는 사람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누구를 지지했더라도 지지세력들도 옛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슬프고 힘들다가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난다고 합니다. 감사하다고 느끼면 감사할 일이 생긴다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당선자나 낙선자가 모두 함께 쓰는 말이 되어야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하면 앞으로 더 큰 당선의 영광이 올 것입니다. 남들은 엄두도 못냈던 그 어려운 선거판에서 좋은 경험 했으니 기다릴 줄도 알고 다시 일어설 줄도 알아서 실패도 성공으로 만들어가는 좋은 기회로 살아가면 이 지역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아니, 이 나라가 더 아름다워 질 것입니다.

감사, 감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얼른 감사의 현장으로 달려가보지 않으시렵니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