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소년비영리단체인 청소년자람터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공모한 2018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역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될 메이커 스페이스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시 메이커스페이스를 찾다

창업보육센터·성수메이커스페이스·디지털대장간

청소년비영리단체 청소년자람터 오늘은 렛츠런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체 이사회와 지역청소년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에서 운영 중인 메이커스페이스를 방문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메이커 운동의 현실을 만나봤다.

 

#전문가 창업 돕는 서울창업보육센터 메이커스페이스

처음 방문한 서울청년창업보육센터내에 마련된 창업자 지원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는 그규모가 놀랄 정도다. 수백만원이 넘는 3D 프린트가 10여대 이상 즐비해 있고, 1,000만원 넘는 고가의 프린트기와 스캐너, 그리고 5,000만원을 육박하는 산업용 3D프린트까지 다양했다. 각각의 방을 드나들면서는 우리지역과는 더욱 비현실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성형기와 CNC, 사출기 등이 있는 모형 설계실, 밀링과 선반, 그리고 각종 철공기구가 수억에 달하는 머시닝실 등 그 규모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곳은 창업을 목표로 하는 시제품을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약 20여억원을 들여서 설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운영자들도 전원 전공자이며 근무 경력이 5년 넘는 사람이 즐비했다. 그리고 더욱 부러운 시스템은 따로 있었다. 청년 창업을 위해 교육과 컨설팅, 창업공간 지원과 시제품 개발에서 특허지원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 기술이 있는 청년이라면 바로 이곳에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특화된 기술 지원 메이커스페이스에도 그늘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너무 전문화된 시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따라할만한 수준의 상황이 아니기에, 창업자를 지원하는 시스템만 마음에 담았다. 시설을 견학한 부러움은 그냥 그곳에 남겨두고 와야만 했다. 그곳의 시설들을 계속 부러워하기에는 우리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이지만 예상 가능한 성수메이커스페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생긴 메이커스페이스중 하나인 성수메이커스페이스는 오래된 만큼 운영 노하우가 많아 보였다. 하지만,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직원은 단 1, 그것도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서 메이커스페이스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또한, 시설이 3D프린트, 레이저 커팅기, 사용이 어려워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는 CNC, 안전상의 문제로 철수 예정인 목공, 공동 작업실, 공구 임대 등을 갖췄지만 한마디로 좀 어수선했다. 다행히 공간 내부 한 편에는 직접 디자인을 해서 옷에 실사 출력을 해주는 청년 스타트업 1개소가 입주해 운영 중이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질 못한 단점을 맞춤형 소량 다품종 생산 시스템으로 극복하고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콘텐츠는 다른 메이커스페이스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뭔가 박차고 나갈 동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성수메이커스페이스를 보면서 우리 지역도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고민은 방향을 잃으면 동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진지역 사례지였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지역이 배우기엔 조금 지난 모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배울 것은 있다. 성공하는 곳보다 실패가 있는 곳에서 더 배울 수 있다. 성수에서 배울점은 일반적인 하드웨어보다 특화된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강점을 찾아내서 연계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일전에 언급한 e-모빌리티와 관련한 산업으로 특화하는 전략이다.

 

#잘 된다고 소문난 용산 디지털대장간에 가다

용산전자랜드 건너면 원효상가 2층에 자리잡은 디지털대장간은 역시 다른 메이커스페이스보다 훨씬 규모 있고, 접근성도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구나 다양한 실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3D프린트와 레이저 커팅, 그리고 목공과 철공시설, 다른 곳에는 없던 자수와 인쇄시설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다. 연간 이용 인원은 2만여명에 달한다. 참고로 영광군청소년센터 전체 사업의 연이용 인원이 3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점에 비추면 서울에 있는 센터치고는 이용인원이 많지는 않아 보였다. 이는 메이커스페이스의 설계 방향에 따라 일반화가 되지 않으면 특별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메이커스페이스에 비하면 많은 이용 인원이었다.

이곳 매니저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메이커스페이스라는 사업은 3,4년 전부터 각급 학교, 교육기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험적으로 개설이 되었다고 한다. 매니저 본인도 그 곳에서 근무를 시작해서 현재 메이커스페이스만 근무한지 5년 정도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4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메이커스페이스들이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것은 외국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비를 들여 놓고 설비 교육을 하면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서 발전할거라는 계획을 가지고 계약직 위주로 운영을 한게 실수였다. 과연 근무자들이 책임감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대로 답습한 모델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업이 진행되었을까? 어쩌면 수천만원을 써가며 들여놓은 기계들은 왜 온지도 모르고 모인 오합지졸이 되었을 것이다.

매니저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뼈 있는 조언을 했다. 첫째 아무 소용이 없는 장비 욕심 버리라고 했다. 합리적이고 필요한 장비를 들여놓고,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둘째, 메이커스페이스의 현재 모델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 구축, 설비 교육, 자율이용, 창업 유도 단계 운영보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그래서 용산 디지털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현재 기관은 서울에 일반랩이 아닌 전문랩을 운영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시대를 반발 앞선 일반화된 프로젝트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 시켜 창의와 창업의 플랫폼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지역민들에게 환영받는 메이커스페이스가 되라는 조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며 모두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하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일본 사례와 서울시 사례로 본 메이커스페이스

서울시에서 여러곳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방문한 뒤 영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서울 보다 먼저 일본 메이커스페이스를 다녀 올 때는 뭔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서울에 다녀오면서는 그 알 것 같던 막연함이 더 막막함으로 돌아왔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보는 개인형 제조업이라고 생각했으며, 만드는 기술을 가르친다면 이용자들이 스스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역의 크리에이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허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것은 기획자의 의도일뿐 이용자들의 의도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소설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지역의 청년,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지역의 문제는 무엇일까? 남들과 다른 우리들만의 특화된 자원은 무엇일까? 이를 더욱 깊이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일본과 서울 메이커스페이스 사례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란 우려도 했다. 성공한 일부의 이야기보다 실패와 성공이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 비로소 현실의 모습을 보게 되고,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벤치마킹의 마지막 글에서는 영광 메이커스페이스의 성공을 위한 고민을 잘 정리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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