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더위를 잊게 하는 에어컨의 설치가 늘어나 있다.

그러나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바램과 더위를 피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함께 하는 시절이다. 휴가철의 숙제인 셈이다. 더위에 어디론가 떠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더군다나 이번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1994년 여름 폭염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보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바닷가 수영장에 피서객이 오지 않는다는 뉴스가 들린다. 이럴 땐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피서지를 찾게 된다. 공연이나 전시 관람이 그 예이다. 수요가 급격히 증가 한다. 뜨거운 해수욕장이나 야외 놀이공원보다 에어컨시설이 확보된 문화예술 공간을 방문하면 시원함과 함께 문화를 접하게 된다. 우리 지역도 영광예술의 전당이 생긴 후로 주말마다 영화를 상영해주고 있어 영화 관람을 쉽게 할 수 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 광역지방단체별 여름철(7~8)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전시·공연장과 같은 실내문화시설 방문건수가 2015년 대비하여 전시는 163.3% 공연장 방문은 186.3%로 급증했다. 대폭 증가된 수요에 맞춰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듯하다. 옛 전남 도청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하4, 지상2층의 국내최대복합문화공간이다. 넓은 면적에 도심 속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시설과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바쁘게 사람들을 모집하는 곳이 있다. 전국의 사찰이 그곳이다. 휴가철과 방학 때면 사찰들은 특색 있는 템플스테이를 운영 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전국72곳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다잘 될 거야라는 이름의 프로그램과 청소년을 위한 영어 템플스테이를 하고 강릉 보현사는 요가나 다도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백담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숲 명상을 하는 템플스테이를 운영 한다. 그 밖에 전국 유명 사찰에서 다양하게 준비를 하고 어디론가 떠나서 쉼을 원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여행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탈피해 몸과 마음을 쉬는 것이 휴식이고 더위를 피해 떠나는 것이 피서(避暑). 요즘 같은 폭염이 길어지니 떠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휴식을 원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더위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괴로운 원인을 잊거나 피하려고 한다면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더욱 짜증이 밀려올 것이다. 휴식은 일상에서 탈피하지만 잠시 뿐이다. 그래서 삶속에서 한번 씩 꿈을 꾸곤 한다. 로또가 당첨되거나 아니면 영화에 한 장면처럼 먼 친척이 유산이라도 남겨주어 벼락부자가 되는 그런 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렵다. 그냥 상상으로만 남기는 게 맞다.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몸과 함께 마음여행도 해보자. 인생은 고해라고 비유한 이야기가 있다. 고통의 바다를 떠다닌다는 말이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부대끼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죽을 듯이 좋아하다가 죽일 듯이 싸우는 등 희노애락 속에 산다. 어느 인간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던 만나고 산다. 간 혹 그 배에서 뛰어내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곤 한다. 소중한 이 삶을 놓아버린다는 건 큰 비극이다.

이 여름 바다로 가든 산으로 가든 해외여행을 가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때 내 마음에게 너무 다그치는 숙제를 주지 말고 여유를 주자. 괴롭거나 일상은 같은 선상에 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오직 있는 것은 현재다. 지금 이 순간뿐이다. 몸은 좋은 경치를 찾아갔지만 마음은 고민을 안고 간다면 휴식이 될 수 없다. 물론 어떤 고민이 있어 풀어보고 싶어 떠나서 고민에 집중해서 답을 얻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일상을 그냥 즐겁게 사는 것이다.

날마다 좋은날로 생각하자. 떠나든 떠나지 않던 매일 매일 주어진 일상을 휴가처럼 맘 편히 지내보자. 걱정한다고 신경 쓴다고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아이들은 금방 싸우고도 바로 돌아서서 낄낄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난치며 사는 쉬운 이치가 어른이 되어서는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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