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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문예인, 이젠 화합할 때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8년 08월 27일 (월) 10:33:30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영광군민의 날과 불갑 상사화축제를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집행위원회도 바쁘지만 참가하는 문예인들도 바쁘다. 특히 두 곳을 같이 참가하는 예능 동아리는 준비 기간이 거의 맞물려 벌써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비록 축제장이나 행사장에 이젤 게시로 거칠게 전시를 하지만 1년을 준비한 작품들을 내 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게 사실이다. 전시관이나 미술관이 들어서고 제대로 된 전시가 가능한 세상이 멀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영광은 옛날부터 예()의 고향이라 했다. 특히 탁월한 문인들이 많이 태어났던 곳이 영광이다. 월북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이념의 가리개에 빛을 보지 못하는 조운 선생을 비롯해 여류 소설가 박화성의 문학 산실이기도 했던 문예의 고장 영광이 언제부터인가 시나브로 문화 침체기라는 병에 걸렸다. 인재는 넘치는데 발표가 부족한 조금 이상한 침체기이다. 더욱이 발표를 간절히 하고 싶은데 장소가 없어서 못한다면 지극히 요즘의 실상은 아니다. 우리보다 열악한 조건의 이웃 고장을 살펴봐도 혹은 전국의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지도층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슈화가 되지도 않는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원인은 바로 문예인 자신들이다. 시골까지 복지회관이 지어지고 동네마다 회관이 지어졌지만 문예인들을 위한 공간은, 특히 전시 예술을 하는 예능인들을 위한 공간은 전무하다. 그런데 공식적인 불평이나 어필을 하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좋게 말하면 점잖아서 그런 것이고 반대는 의지가 없어서다.

외부인이 바라보는 영광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왜곡이 되어 있다. 이는 우리의 외적으로 나타난 모습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벌어졌던 영광문화예술위원회 합동 잔치 마당에서 전통차를 봉사하던 여자 분은 뒤 떨어진 영광의 문화를 가르쳐 주려고 차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영광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 내 놓은 차가 형편없다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고 있음이 어처구니없기도 했지만 왜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순전히 우리 책임이다. 타지에서 들어온 이들의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차 전문가가 수두룩하고 두터운 차 매니아 층을 이루고 있는 영광에서 그렇게 황당한 만용을 부리는 아마추어가 일반인에게 차를 가르치고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코미디지만 책임은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 영광의 문예인들도 소리를 가져야 한다. 점잖다는 단어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랜 침묵은 여기서 끝을 내고 소리를 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행하지 않는 이상한 침묵을 이젠 깨뜨리고 자리를 잡아야할 것이다.

축제장에서의 각종 전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우며 분위기 있는 전시관이라면 좋겠지만 어차피 축제장에서의 전시란 조명은커녕 어수선함 자체다. 여기에 주최측의 은근한 갑질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심지어 이벤트 사의 갑질까지 더해지면 문예인들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그나마 영광군민의 날 실내 행사에서 치러지는 전시는 상쾌한 편이다. 전시자의 입장에서 먼저 뜻을 살피고 스스로 장소까지 결정하게 하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문예인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넘치는 인재들을 추슬러 이웃 고장들처럼 놀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길을 내고 쉼터를 만들고 복지관과 홍보관 등을 건축하고 수많은 보조 사업을 벌이면서 왜 문화 사업은 철저히 외면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제 영광에서도 문학관과 미술관 하나쯤 운영해도 되지 않을까. 전국에서 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광의 전시문화 수준이 순전히 기반시설의 미비에 있다면 행정이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역의 문예는 지역의 정신 척도이다. 요즘 인구 늘리기 사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문화를 외면하면 인구는 늘지 않는다. 특히 아이를 낳아야 할 연령대는 문화를 불나방처럼 따른다. 인구는 유입도 중요하지만 유출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광 문화예술인들 중 80%를 차지하는 전시예술인들을 위한 미술관 건립은 그래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지역은 문화적 시설과 먹거리 그리고 보여주는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져 삼발이 역할을 해야만 살아남는다. 지역 작가들의 토속 문화를 소개할 공간이 전무한 지역은 비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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