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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은 책에서 나온다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8년 09월 03일 (월) 10:54:16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무섭게 뜨겁고 길었던 여름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벌써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가 지났다. 처서는 더위가 끝난다는 의미이고 가을의 문턱을 넘는다는 뜻이다. 봄이면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흐르고 여름이면 해변 노래, 가을이면 10월의 마지막 밤이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을, 겨울이면 살바토르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 등이 계절을 알리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척 무뎌지고 말았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정서마저 앗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메마른 사회에 편승한 감성은 줄어든 독서량과 비례하고 도덕은 앉을 자리마저 잃었다. 우리가 시험을 위한 기계로 전락하고 있을 때 세계 추세는 ‘Who am I’를 말했다. 동양은 서구의 물질문명을 동경하고 서구는 주체성을 찾아 중국으로 혹은 한국으로 들어와 고전을 공부하고 불법을 배워갔다. 하지만 우리는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물질을 신봉하는 풍조로 어느 순간 자신을 잊고 스스로 인적 자원이 되었다. 자신까지 물적 자원화 시킨 것이다.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불행하게도 아직 진행 중이다.

반면 ‘Who am I’너 자신을 알라와 맞닿아 있다. 현인 소크라테스가 델포이 신전에 씌어있던 신탁에서 인용한 말이지만 의미는 지극히 동양적이다. 불교의 바탕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성을 다듬고 마음을 다스렸다. 바로 나를 알기 위해서다. 부처도 내 속에 있고 신도 내 속에 있음을 알기 때문에 참 나(아트만)를 찾는 과정이 바로 ‘Who am I’이다. 절대 변치 않는 가장 내밀하고 초월적인 자아가 바로 아트만이요 내 속에서 끄집어 내야하는 부처요 신이다. 바로 서구의 지성인들이 우리에게서 받아가고자 하는 진리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성서로 예수의 어록인 도마복음이다. 성서학자들이 4대복음의 Q문서(Quelle/원서)로 보는 도마복음 제3b에 예수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분명 영지적 발언이고 내면의 자신을 깨달으라는 그노시스다. 물질에는 나도 없고 너도 없다. 물론 지식도 지혜도 없다. 깨달음은 물질과 관련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책을 시험을 위한 도구로만 보기 시작했다. 줄 세우기 시험은 인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욕심을 기르는 방법에 불과한 요즘 공부는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렸다. 물질을 이해하는 척도는 동서양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서양은 동양화를 동양은 서양화를 꾀한다. 잘못 된 공부 때문이다.

우리에게 물질의 참 의미는 무엇일까.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에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격물은 사물을 뜻하지만 주자는 깨우침을 위한 사물의 이치로 보고 있다. 즉 사물의 격을 깨달음의 원천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사적인 욕심이 있을 수 없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에서 너의 상대격 를 위한 깨우침의 화두이다.

재미없는 화제는 지루하지만 결론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좋은 삶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답을 위해 읽는 것이 이른바 자기 개발서종류이지만 솔직히 전혀 도움을 주진 못한다. 깨달음 이전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내용들의 나열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알고도 실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읽을 때만 고개를 끄덕이는 수긍이 있을 뿐 책을 덮으면 잊는다.

우리 삶은 좋은 책으로 결정이 된다. 바로 고전이다. 우리 고장에서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김영수 교수는 사기를 통해 인간의 경영을 가르쳤고 묵점 기세춘 선생은 노장사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고전의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양서는 우리에게 윤택한 삶의 길을 안내한다. 이젠 가을이다. 가을 하면 책이다. 풍요로운 영혼을 원한다면 좋은 책을 골라 한 번쯤 빠져보자. 정해진 답을 구하는 단순한 시험으로 신분을 줄 세우는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독수리는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하늘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생각도 틀을 깨지 못하면 눈으로는 보지만 결코 아무것도 못 본다. 책은 인간에게 밝은 지혜의 눈을 주기도 하지만 악서는 좁은 우물 안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특히 정치인에게는 좋은 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을을 맞아 양서를 골라 읽고 시민들에게 선정을 베풀기 바란다. 사회의 올바른 질서는 책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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