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살라더니 따로 살라는 이상한 정책
열악한 시설에 별도의 집 만들라는 탁상행정
정부의 안일한 정책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영광지역 아동시설 그룹홈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홈의 위기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시달된 공문 한 장에서 시작된다. 그룹홈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 등이 자립할 때까지 자활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설립 취지에 따라 상당수 시설의 입소 아동들은 시설장 가족과 한 가족처럼 돌봄 생활을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의 공문은 그룹홈 내 거주를 ‘별도의 출입문 사용과 식사자체 해결 등 시설종사자 가족이 아동과 주거·생활 공간이 사실상 분리되어 거주하는 경우는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입소 아동들과 가족처럼 생활하던 시설장과 가족을 따로 살라는 의미다. 또한 정부는 ‘2018년 말(늦어도 19년 6월)까지 종사자 가족이 이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자체의 책임하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연계한 임대주택 전세자금 우선알선 등 필요한 지원 조치 강구’를 명령했다.
사실 아동복지시설에서 종사자의 가족거주제한 정책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요보호아동들을 돌보는 아동 그룹홈 만큼은 그 특성을 고려해 허용을 전제로 2차례 유예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을 정부가 더 이상의 유예를 없애고 모든 아동복지시설에 적용 계획을 밝히며 각 지자체에 재정비를 요청하는 공문을 하달한 상태다.
때문에 이 정책은 가족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돌보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 전국 군단위 중 제일 많은 영광군에는 큰 부담이다. 영광 내 시설 8개소 중 이 정책에 해당되는 연한가지, 낮은나무, 에셀나무 등 3개의 그룹홈이 당장 문제다. 초등학생 등과 가족의 삶을 함께하는 연한가지와 낮은나무 그룹홈은 더욱 심각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건축 등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할 상황이다. 아이들을 따로 내보낼 경우 관리자체가 어렵고 종사가가 바로 옆에서 살피기에는 새로운 주거공간이 문제다. 재정적인 지원이 없이는 재정비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대책마련 등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해당 그룹홈 관계자는 “가족을 잃은 아이들과 새로운 가족의 연을 맺었는데 다시 헤어지게 하는 아픔을 겪게 하는 이상한 정책이다”며 “정부정책이니 따라야하는데 재정적인 환경이 안 되어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지원 등을 파악하고, 시설에 피해가 없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