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덕/ 경기도의회 의원,법성포 출신

염장하여 말린 특별한 식감을 가진 건어물이다. 굴비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자린(절인) 고비(굴비) 이야기로 옛날 한 구두쇠가 천정에 굴비를 매달아 놓고 “밥한술 뜨고 한번 쳐다보고 두번쳐다 보면 식구들을 야단쳐가며 밥을 먹었다는 데에서 일화가 있다.

물론 시래기나 메주도 매달기는 하지만 쳐다본다고 침이 넘어갈 정도는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시대 영광에 유배를 당한 이자겸이 왕에게 소금에 절인 조기를 진상하면서 “선물은 보내도 굴한 것은 아니다.”고 ‘굴비’(屈非)라 적어 보낸 것이 법성포 굴비의 유래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고향 영광 법성포에 구전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굴비라는 이름은 조기를 짚새기를 엮어 매달면 배가 들어가고 나오면서 굽어지게 되는데 그 모양새를 따서 구비(仇非)조기라고 하던 것이 굴비로 변했다고 한다.

굴비 하면 ‘영광’이라는 지명이 자연스럽게 굴비 앞에 자리한다. 좀 더 깊이있게 보면 ‘법성포 굴비’라 해야 맞다. 영광 굴비의 주 산지가 법성포이기 때문이다.

법성포는 전남 영광군에 속하는 면 단위 지역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영광 굴비’라 불리우고 있다. 그래서 제목을 ‘영광 법성포 굴비’라고 하였다.내 고향 법성포가 굴비로 유명한 것은 조기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석수어(조기의 딴 이름)는 영광군 서쪽의 파시평(波市坪, 지금의 법성포 일대)에서 난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여러 어선이 모두 모여 그물로 잡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법성포 조기 어장은 칠산 바다라 한다. 일곱 개의 자그마한 섬이 있다 하여 칠뫼 바다 또는 칠산 바다라고 불리운다.예전에는 배가 지나갈 때 배 위로 뛰어오르는 조기만으로 만선을 했다는 말은 칠산 바다에 조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케 한다.

옛노래에도 “돈 실로 가자 돈 실로 가자 칠산 바다에 돈 실로 가자”는 노랫소리가 있는데 조기를 돈으로 비유하여 노래를 부른 것이다. 매년 초봄에 진달래꽃 필 무렵이면 법성포에는 커다란 조기 파시가 형성되어 많은 인파로 들끌으며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말이 전설속의 한 장면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지금은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영광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예전의 명맥을 찾아 보기는 어렵고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들리고 있다.

추석명절 선물의 대명사인 굴비가 작금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법성포에 명절 특수는 옛말이 되었다.굴비를 선물로 구매할 경우 제법 값이 나가는 고가의 제품이 많은데 그 영향으로 수요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극약처방으로 수량을 줄여 가격을 낮게 책정해봐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하루가 다르게 문 닫는 굴비업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한켠 답답함에 메여져오는 뭉클함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영광 법성포에 찬란한 빛으로 과거의 영광을 다시한번 누려보길 손꼽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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