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철판 부풀어 자르니 깊이 60cm 텐돈관 보일정도

콘크리트 부실시공 구멍으로 그리스 누출 최근과 유사
 

부실시공으로 한빛 4호기에서 격납건물 절반 깊이의 구멍과 그리스 누출이 발생해 수습한 25년 전 문건이 공개됐다. 최근 민관합동조사 과정에서 찾아낸 구멍 및 그리스와의 연관성에 따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훈 의원(민중당)이 공개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1994년 6월24일자 ‘영광 4호기 원자로 격납건물 라이너 플레이트(CLP / 내부철판) 변형’ 기술검토의견서에 따르면 한빛 4호기 구멍과 그리스 누출은 이미 이때 문제가 됐다. 한빛 4호기가 1996년 1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정상가동 이전 콘크리트 부실시공은 인지됐던 셈이다.

문건의 핵심은 1994년 2월 4호기 격납건물 벽 내부를 벽지처럼 덮고 있는 두께 6mm 철판(CLP)이 부풀어 오르는 일명 ‘배부름’ 변형이 발생해 해당부위를 가로 5.5m(18피트), 세로 4.5m(15피트)나 잘라냈다. 철판을 잘라 보니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는 구멍과 함께 액체형 윤활유인 그리스가 나왔다. 그리스를 제거하니 콘크리트 내부에 있는 텐돈(쇠줄) 덕트(관)의 그리스 누출 부위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될 정도였다. 문건은 그리스 누출량을 비롯해 콘크리트 구멍의 깊이와 크기를 명확히 기재하진 않은 채 ‘상당 크기’로 명시했지만 구멍의 깊이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텐돈 덕트는 두께 120cm의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 깊이 60cm 정도에 매설된 굵은 쇠줄을 담고 있는 관이기 때문이다. 압력을 견디고 방사능 누출을 막는 마지막 5중 방어막의 절반까지 구멍이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인은 매설한 쇠줄관을 감싸야 하는 콘크리트 타설불량에서 비롯됐다. 쇠줄을 넣는 관 안에 윤활유인 그리스를 충진하는 압력을 주위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못 견디자 관 덮개가 밀리며 그리스가 누출됐다. 콘크리트 구멍을 통해 밀려 나온 그리스는 내부철판을 밀어 부풀게 했던 셈이다. 이후 규제기관은 ‘국내에 발생한 사례가 없는 기술적 중요사안’ 이라며 6차례의 실무회의와 4차례의 현장 확인 등을 통해 격납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 및 보수를 확인했다.

하지만, 25년여 만인 최근 민간 주도의 조사단이 규제기관도 찾지 못한 깊이 38cm 구멍과 그 안에 누출된 그리스 등 과거와 유사한 결함을 찾아내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동일 부위 여부에 따라 당시 상업운전을 앞둔 부실시공, 부실조사, 부실보수 논란이 불가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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