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한 해의 후반기가 되면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바빠진다. 발표가 거의 하반기에 있기 때문이다. 풍부하지 못한 여건 속에서 마음을 다해 마련한 발표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모든 예술모임의 정기회원전 역시 전 회원들이 가장 신경을 써서 준비하는 발표다. 일반적으로 취미동아리는 1년에 한 번 회원전 치르기도 빠듯하다. 실제 영광에 사진 동아리는 많지만 해마다 정기 회원전을 치르는 모임은 한군데에 불과하다. 그만큼 매년 발표를 하는 것도 어렵다. 어느 분야든 정기적으로 정기전시를 하는 모임이라면 상당한 내공을 가진 동아리들이다. 내가 지도를 맡고 있는 동아리도 9월 군민의 날 전시를 시작으로 상사화 축제장의 찾아가는 전시회, 영광예술위원회의 합동 발표 전시회, 현재 산림박물관 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회원 정기전까지 네 번을 연이어 치른다. 하지만 이번이 가장 의미가 깊다. 산림박물관이 전시실을 새로 단장 했는데 첫 번째 오픈 전시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1020일 예약을 했지만 내부공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상당히 당황했다.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배려로 10월 말일까지 내부공사를 끝냈고 상큼하게 개조된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오픈했다. 일정을 설명하고자 함이 아니라 공무원의 역할론을 말하고자 함이다.

몇 년 전, 산림박물관에 전시실을 구상중이라는 말을 듣고 관계공무원에게 간곡히 부탁했던 것이 시각예술을 하는 지역예술인들과의 소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창문과 흰 벽이 우리를 기다렸다. 전시실 아닌 전시실이 예술의전당 전시실에 이어서 나타난 것이다. 사용할 당사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는 시설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픈 현실이다. 실제 영광에 전시실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모습을 갖춘 전시실이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담당 공무원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원인을 찾았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을 왜 과거에는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바닥과 조명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광에서 최초로 갖춰진 전시실이어서 반갑기만 하다. 같이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담당 공무원의 작은 배려가 이렇게 소중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공무원이란 모름지기 자신을 벗어나 공무(公務)를 살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독단적인 결정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과거 산림박물관 전시실이었다. 새로 단장한 전시실을 보고 주위에선 벌써 전시 준비에 들어간 팀이 몇이나 된다. 군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원의 해결점이 무엇인지 한걸음만 물러나 살피면 이렇게 보인다. 바닥과 조명 등 약간의 미비점은 이제 채우면서 가면 된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관심이라면 이번 산림박물관 전시장에서 보여준 담당의 노고는 날짜를 맞춰 공사를 끝내준 배려를 넘어 관심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영광에는 그림 한 장, 사진한 점 걸 자리가 없었다. 예술의전당 전시관은 이름뿐이고 개인전을 열 공간도 확보 되지 못했음은 차치하고 중간에 거대한 기둥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이미 전시실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산림박물관에서 개조 오픈한 전시실이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주민을 위한 최선의 노력과 배려가 공무원의 본 모습이다. 평생을 미뤄왔던 개인전과 당장 단체전 준비에 들어간 동료들의 모습에서 영광 문화예술의 희망을 본다.

우리 지역의 취약점이 언제부턴가 전시문화가 되었다. 아이들이 전시관 체험을 하지 못하니 감상법은 고사하고 전시실 예절 자체를 알지 못한다. 젊은 엄마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요즘 인구 늘리기 심포지엄을 여는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문화가 없는 지역에 인구는 유입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의 교육을 위해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작가를 떠나 전국 혹은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을 초빙해 질 높은 문화를 아이들과 공유한다면 이웃 고창처럼 문화전성기와 인구 유입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산 체험이 되는 시각예술은 중요하다. 공무원에게 바란다. 시각예술을 꽃피게 만드는 당사자는 행정이다. 2의 혹은 제3의 전시실이 만들어지고, 영광 문화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마인드는 공무원에게서 나온다. 작은 소통과 배려가 이렇게 전시예술인 전체에게 길을 만들어주지 않는가. 산림박물관 전시실에 신경 써준 담당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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