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3·4호기 34곳 설계대로 시공 안한 채 가동

주민참여단이 발견해 지적 전까지 인식조차 못해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인 격납건물을 관통하는 관의 빈공간을 설계상 채웠어야 하는데도 텅빈 채 20년 넘게 방치했다. 더구나 이 같은 문제를 주민참여단이 지적하기 전까지 원전 측은 인식조차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4호기 격납건물 외벽 관통부 206(103)을 점검한 결과 3호기 26개소, 4호기 8개소 등 총 34개소의 관통부가 설계대로 채워지질 않은 채 비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관통부가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접근이 힘들거나 보온재 및 간섭물이 있어 확인 자체를 못한 곳도 6곳이다.

특히, 문제의 관통부를 발견한 것은 4호기 격납건물 내벽에서 발견된 구멍과 그리스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25일 민관합동조사단의 현장 활동에 입회했던 주민참여단 일원이었다. 당시, 주민참여단은 격납건물 관통관과 배관 사이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한달여만에 한빛원전이 자체 점검해 원안위에 보고한 것이다. 한빛 3·4호기가 1995년과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24년 넘게 이를 방치한 채 운전했다는 의미다. 설계대로 시공이 안됐는데 가동승인은 어떻게 받았는지도 규명해야할 과제다.

당시 최초 발견된 관통부(PC0114)는 두께 120cm의 격납건물을 관통해 나가는 관으로 길이 150cm, 지름 61cm(24인치), 두께 3cm의 철재로 이뤄졌다. 이 큰관 안에는 다시 6인치 굵기의 작은 관이 관통해 보조건물(PAB)로 나가는 이중 배관구조다. 용도는 복수기 공기 추출계통 비상시 방출하는 유로(통로)이다. 격납건물 밖으로 나가는 큰관과 작은관 사이 끝은 용접 등으로 막혀 있지만 내부 쪽은 텅 비어 있었다.

설계상 이 관통부는 큰관과 작은관 사이를 격납건물 내부에서부터 외벽 쪽까지 고밀도 밀폐재로 채웠어야 한다. 실제, 격납건물 내부에 설치된 예비용 관통부들은 밀폐 된 모습이다.

이에 한빛원전 측은 관통부 끝은 헤드 피팅(Head Fitting)으로 막혀 있어 밀봉 기능에 문제가 없다한빛 3·4호기 이후 원전 들은 밀폐재 없이 설계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반면 전문가 측은 사고 시 격납건물 내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거나 방사능 누출 시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관 사이는 채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측은 내년 3월말까지 관통부 전수조사를 수행해 6월말까지는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의 검토결과를 반영해 설계문서를 개정하거나 밀폐재 보수공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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