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요즘 지만원이 다시 정치권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며 역사의 진실을 부정했던 사람이 바로 지만원이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규명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한국당에서 추천자 명단에 올린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에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나경원 대표는 배제쪽으로 뜻을 굳힌 듯하다. 극우논객으로 통하는 그는 재판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의 행동을 우리는 확신범이라고 한다. 도덕이나 종교 혹은 정치의 의무적인 확신에 따라 저질러진 범죄다. 그래서 때론 정치범이나 사상범과 동일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만원의 범죄는 엄격하게 확신범의 범위로 넣을 수가 없다. 그의 행동은 유사확신범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의 행동들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동조하는 태극기 부대의 맹목적인 신심과는 근본적으로 많이 다르다. 시스템공학을 미국에서 공부하고 시스템 사회건설을 추구하는 극히 이성적이고 판단력이 탁월한 그가 아무런 근거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편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그가 주장하는 증거와 논리를 믿으며 확신한다. 그의 외형적 포스를 믿기 때문이다. 그 저변에는 그만의 방법으로 다가가는 선동의 능력이 또한 존재한다.

당시 오마이 뉴스 기자가 “5.18 폭동 주장의 근거를 묻자 그는 지금 중요한 문제는 광주사태가 아니라 좌익에 의해 나라가 위태롭다는 것을 대국민 경계로 알리기 위해서 광고를 냈으며, 5.18 단체가 흥분하는 것은 대국민 각성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북한군 개입과 폭동을 주장하는 이유는 좌익의 위험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상이한 얼굴의 사진 몇 장 제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내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아직도 당당하고 한국당은 그런 인물을 진상조사위원 후보로 올려놓는 촌극을 벌리고 있다. 결국 초록은 동색인 셈이다. 여기서 초록은 파렴치범이라고 읽힌다. 그는 광주사태는 양아치들의 축제였다.”고 말한다. 양아치들을 애국자로 승격시켰다.

지만원이 옥중 인터뷰로 남긴 글을 보면 김대중, 이해찬, 설훈, 한완상, 문익환 등을 배후자로 거론한다. 여기에 현 한국당의 주요 인사들이 항상 종북 혹은 빨갱이로 거론하는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은 종북 빨갱이가 무려 12년을 집권한 나라가 된다. 그런데 아직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고 있으니 기이한 일이다. 단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만을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역사에서 대통령을 지냈던 인물 중 공산주의자였던 사람은 박정희가 유일하다. 동료를 팔고 목숨을 구걸한 그가 살아남기 위해 펼쳤던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반공이었다. 이른바 간첩 장사다. 자신의 아킬레스를 최대의 무기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수법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거치며 발전한다. 전두환은 가장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정의를 내세웠고, 노태우는 군인정치의 독재적 카리스마를 덮기 위한 방법으로 보통 사람을 표방했다.

지만원이 확실한 좌익으로 지목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누가 봐도 친미에 가까웠다. 그의 죽음을 막은 나라도 미국이었고 망명으로 목숨을 부지했던 나라도 바로 미국이었다. 그런데 미국 국기를 들고 데모를 하는 그들이 김대중 선생을 확실한 좌익으로 모는 것 또한 확실한 모순이다. 그래서 이들은 확신범이 아니라 정치적 파렴치범이 되는 것이다. 지만원식의 선동에는 미국의 선동가 휴이 롱이 들어가 있다. 롱의 슬로건은 모든 사람은 무관(無冠)의 제왕이고 지만원의 슬로건은 무관의 리더이다. 그리고 그의 증거와 주장은 거의 추론이 자리한다. 요즘 가짜 뉴스의 중심에는 추측과 추론이 난무하고 팩트(fact)가 없는 것과 유형을 같이한다. 4개월 동안 지만원 때문에 조사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못했다니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이번 추천에서 손을 떼야 맞다. 이런 인물과 색깔이 같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조기를 들고 역사를 흔드는 행위는 일제 매국노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지만원을 적극 지지하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의 저의는 바로 파렴치한 색깔의 어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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