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일본의 장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77년도 70세 노인과 2007년도 87세 노인의 체력이 같았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질병이나 부상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65세 이전을 생산가능인구,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 65세가 노인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기준은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노령연금 지급 기준 나이를 65세로 정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그때 당시의 평균수명은 49세에 불과했다. 100년도 훨씬 지난 시절의 낡은 기준을 지금까지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요즘 영광군에서도 행정과 언론 등 안팎에서 영광군의 고령화, 인구절벽 그리고 청년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되고 있는 여러 좋은 정책도 영광군 실정과 맞는지는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앞서 예시를 든 것처럼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100년 전 고령인구로 분류했던 65세 이상은 75세나 80세로 정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분들이 받고 있는 혜택을 줄이라는 말이 아니라 80세 이하 연령대 분들이 그 신체적 능력에 맞게끔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더 건강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지금 실시하고 있는 귀농귀촌 정책과 도시민 유치사업은 영광군이 주도하여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췄다면 앞으로는 영광군이 직접 로드맵을 짜고 그 로드맵에 맞춰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서 주축 생산활동 세대인 5-60대가 도시에서는 퇴직 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고 도시로 진입하려는 청년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는 등 다양한 사회문제와 세대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도시의 퇴직자들을 지자체와 협력하여 농촌으로 보내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통해 도시는 젊은 청년들을 안정적으로 유입하면서 활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도시의 퇴직자들을 유입하고 있는 지자체는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토착민과의 이질감으로 새로운 지역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귀농귀촌 정책과 도시민 유치사업은 단기간의 성과를 목표로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접근보다는 일자리를 찾는 도시의 젊은 청년들을 유치해 장기적으로 지역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힘들게 정착하는 청년들과 지역민들은 귀농귀촌 정책에 불만이 많다. 인구유입을 위한 지원정책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역차별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행정에서는 이러한 소외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더불어 펼쳐주길 바란다. 가까운 전남 고흥에서는 내 사랑 고흥 기금 100을 조성하여 고흥을 고향으로 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기금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내 자식들이 안정적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기금을 쓰겠다는 정책은 반감도 덜하면서 청년을 유입하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영광군수를 비롯한 군의원까지 화두는 청년이다. 청년들은 단순히 결혼을 통해 자녀를 낳음으로 인구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와 세대 중에서 소비력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열쇠까지 쥐고 있다. 그럼에도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항상 뒷전이었다. 지금의 관심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광군 기업 현황을 보면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취업보다는 창업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지원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미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취약계층이다. 따라서 여성기업이나 장애인기업에게 적용하는 수의계약 혜택을 청년기업까지 늘려주어야 하며, 행정에서는 청년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여 관내의 청년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직·간접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고향을 지키면서 자기 꿈을 펼쳐가는 성공사례의 청년들이 많이 나와야 그들을 롤모델 삼아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돌아오고 그때서야 시골에 대한 인식이 긍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앞으로 행정과 정치인들은 외부 산토끼를 잡아 인구를 늘리기보단 집토끼를 잘 키워 내실을 다지는 정책을 펼쳐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라는 뜻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잘살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충분한 토양을 먼저 만든 후 외부로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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