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요즘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이다. 문희상 의장의 발언을 발목 잡고 시비를 거는 모습이 목적이 있어 보인다. 김복동 할머니의 소천으로 국민 모두의 마음이 안타까운 시점에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간단한 사과만 해도 모두 풀린다는 문 의장의 발언은 전혀 과하지 않은 것이고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대사와 장관을 비롯해 아베까지 들고 일어났다. 전범자의 처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작은 사과를 원했지만 아베는 오히려 문 의장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어법상 문희상 의장에게 를 묻고 있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베의 감춰진 목적은 혐한을 자극해 자신의 입지와 지지를 올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시도했던 초계기 사건도 목적은 비슷하다. 어떻게든 다툼의 여지를 만들어 갈등의 관심을 이끌어 내 보고자 하는 의도를 이젠 웬만한 우리 국민들도 모두 안다. 더욱이 군()에서 이들의 어이없는 도발에 응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도발하는 모습이 요즘 한국당 의원 몇 사람과 많이 닮았다.

5.18 망언에서 숨은 목적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필요 이상으로 과격했던 3인의 발언은 아베와 다르지 않다. 이른바 제발 때려주세요.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몰랐다면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일정 단체의 확고한 지지를 노리는 목적성을 숨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같은 자리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태 의원은 망언을 넘어 작년에 여야 합의로 제정된 5.18 진상규명법에 의하면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상규명하게 돼 있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니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 사과는 없었다. 심각한 것은 이들 3인 외에도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은 역사적인 일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과 수준으로 일국의 정치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다양한 해석이란 사실이 확정지어지지 않은 사안(史案)의 경우이지 이미 사실로 확인이 되고 당사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살아 있는 현실에서 무슨 다양한 해석이 필요할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 못해 이젠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있다. 특히 김순례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에게 시체장사를 한다고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람이다. 김진태 의원의 행보는 더욱 낯이 뜨겁다. 5.18 망언으로 광주에 폭탄을 터뜨려놓고 태연히 광주를 방문했다. 아무리 봐도 아베의 초계기 도발과 닮았다. 광주 시민의 분노를 기대한 행동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촛불시위를 평화로 지켜낸 시민들이다. 누구도 분노를 폭발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시 폭력 없는 촛불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궁금한 것은 이들의 머릿속이다. 과연 최고의 학부를 나오고 현재 위치까지 차지한 그들이 황당할 정도로 말이 안 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망언들을 사실로 인식하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냥 자신의 비뚤어진 입지를 위한 계획성 발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정치적 싸이코패스다. 만일 이성적인 행동이라면 또 하나의 가능성은 지적 편식이다. 알고 싶은 것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굳게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 신앙 외에는 모두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는 굳은 믿음이다. 이른바 동전 논리다. 10원 동전에서 다보탑만 본 사람과 10 숫자를 본 사람은 같은 동전을 보았지만 주장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틀림없이 보았다는 믿음은 누구도 꺾지 못한다. 여기에 철저한 자기최면이 가미되면 동전의 다보탑은 북한군이 되고 간첩이 된다. 그리고 5.18 유공자 명단에 그들이 들어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래서 망상(妄想)이라는 단어가 있고 편집증이나 망상장애라는 정신병명이 존재한다. 김진태는 당대표에 김순례는 최고위원에 각각 출마한다고 한다. 한국당에서는 이들과 에둘러 선을 그으려 하지만 어차피 한 통속인 증거이다. 현재 진행형인 역사까지 부정하는 이들에게 과연 국가란 무엇일까. 자신의 사익과 영달을 위한 멍석 정도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오늘도 태극기 부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거꾸로 들고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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