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인간은 이기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인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사회적 경제, 협동 경제, 공유 경제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제학의 기본 명제를 부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에게는 이기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타심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즉 경제 주체들의 선택과 행동의 이유를 이기심만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소개하는 '진화적 게임이론'이라는 틀은 인간의 이타성이 진화해 온 수수께끼에 접근하려는 시도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이타적인 존재인가' 하는 이분법적 논리 대신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이기성과 이타성이 충돌하며 진화해가는 과정을 게임이론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질문은 간단하다. 왜 인간은 손 쉽게 '무임승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기적 동기를 억누르고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다소 생소할수도 있는 '게임이론''행위자들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으로 정의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 '최후 통첩 게임',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 게임' 등이 대표적인 게임이론들이다. 진화적 게임이론이란 사회의 복잡한 현상들을 '모형화'해 진화하는 패러다임으로 게임을 구성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의 결과가 어떻게 규범이나 관습이 되어 다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인간의 이타성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인간의 이타성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이타성을 발현시키는 쪽으로 삶의 방식을 재구성할 경우 우리가 살게 될 사회의 궁극적인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게임이론을 통해 분석하고 예측해 볼 수 있다.

공공재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어두운 마을의 골목길에 가로등을 다는 문제로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모였다. 다들 일정액을 갹출해 가로등을 달기로 의견을 모은다. 하지만 A씨는 집에 돌아가 이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가로등이 설치되면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는 거잖아. 그럼 나는 가로등이 필요없다고 하고 비용을 낼 수 없다고 해야 겠군.' 혜택은 혜택대로 누리면서 비용은 내지 않는 것, '무임승차'. 공공재란 가로등이나 다리처럼 내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비경합성), 어떤 사람들이 그 재화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그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특성(비배제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공공재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절대 가로등을 세우지 못한다. 사람들의 '무임승차'는 설사 공공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 공공재가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실패'라고 부른다. 사실 주변을 보면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여지는 얼마든지 널려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러한 비극이 생각처럼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임승차'를 감행할지 몰라도, 다수의 사람들은 이기적 동기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공유지를 관리해 나가는데 협조한다.

인간의 '상호성'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경제 주체가 금전적, 물질적 제약에 단순히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 공정성과 형평성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행동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맞물려 시장만능주의를 대신할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유토피아'가 존재한다면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의 이기적 동기들이 경쟁하고 시장의 원리에 의해 자동조절되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이는 지난 자본주의 2백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대신 이타성이 이기성을 충분히 통제 가능하고 호혜와 협동의 원리가 무한 경쟁의 원리를 압도하는 사회일 것이다. '경제적 인간'(호모 이코노미쿠스 : Homo economicus) 보다 '상호적 인간'(호모 리시프로칸 : Homo reciprocan)이 우위에 선 그런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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