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대명사 사거리 ‘꽃상여’ 루미나리에 철거

절단·추돌 등 설치부터 촌극 결국 역사 속으로

영광군의 대표적인 경관조명 실패 및 예산낭비 사례는 단연 흉물로 전락한 영광읍 사거리 루미나리에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812월 지역 국회의원의 특별교부세 확보를 이유로 추진된 루미나리에는 당시 국회의원, 군수, 추진위원장, 사거리 상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점등식을 열었다. 당시 빛의 거리 추진위원장과 영광군은 구도심 활성화를 강조 했다.

실제, 이 사업은 상권 공동화 현상을 최소화하고 침체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영광읍 사거리를 중심으로 800m 구간에 25조의 조형물과 6만여개의 LED 전구를 설치하는 데 97,000만원을 투입했다. 다만, 사업을 앞둔 시기는 타지역 대부분이 루미나리에의 실패 및 문제점을 들어 철거 및 지양하는 상황이었다. 사업 준공 이후 영광군에 부임했던 경관 전문가 출신 부군수도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었다는 질타를 쏟아낸바 있다.

당시 이러한 문제를 우려한 영광신문은 20082월 외부 전문가까지 초청해 영광군의 경관조명 실태를 진단했었다. 전문가는 조악한 간판과 어지러운 조명, 전신주 등 무질서를 이유로 상가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며 간판 등 가로정비를 우선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묵살된 채 심지어는 추진위 일부 관계자들이 영광신문을 항의 방문해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절독운동을 하겠다며 압박하기도 했었다.

강행된 공사 과정은 더욱 심각했다. 루미나리에 기둥을 세우면 당연히 주차공간이 줄어드는 데도 주차공간이 늘어난다는 해괴한 논리부터, 기둥 높이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무시한 채 시공했다가 중간 기둥을 잘라서 이어 붙여 높이는 촌극까지 벌였다. 메인 배전함 위치를 잘못 선정해 시공 후 다시 깨부순 뒤 옮기는 일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준공 후 화려한 점등식 후 얻은 별칭은 꽃상여를 닮았다는 지적이었고 지중화 없이 추진된 사업은 하늘을 거미줄 같은 전깃줄로 장식했다. 사업 후 정부의 전기절약 정책에 불도 못 켜던 루미나리에는 1년이 넘어서며 상가 활성화는커녕 교통불편 불만만 이어졌다. 급기야 3년째부터는 철거설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운전자들이 기둥을 추돌하거나 구조물이 건물을 가려 이삿짐을 못 빼내는 황당 사례도 벌어졌다. 결국 50억원 규모의 사거리 일대 지중화 사업이 뒤늦게 추진되면서 루미나리에 일부가 철거되지만 이마저도 사거리 꽃상여는 남겨두고 또다시 혈세를 들여 보수하려다 비판이 이어지자 군은 최근 철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왔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