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은 바로 ‘나’ 자신이며 바늘을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선으로 선으로바늘·무명 간결하지만 강렬

나의 선들은 어머니 우주와 나의 우주가 연결되는 탯줄에서부터 시작해, 너와 나, 나아가 우리라는 연결된 세상의 선을 이룬다.”

과거 무명의 고장으로 유명했던 나주에서 최근 무명과 바늘이란 독특한 오브제로 색다른 미니멀리즘의 세계를 보여주는 특별전시회 선으로 선으로가 열리고 있다.

최근 전남 나주시 나빌렐라문화센터(옛 잠사공장)에서 열린 윤광석 작가의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 배경과 함께 섬유예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윤광석 작가의 본래 직업은 자칭 45년 바느질 쟁이(의상 디자이너)로 올해 나이 61세다. 전남 영광 출신의 그는 가난한 집안 살림 때문에 중학생이던 1974년에 광주시 충장로 의류 부자재 가게에 몸을 담으면서 업계에 입문했다.

그곳에서 힘겹게 기술을 익히다 정식으로 양장을 전공한 그는 이후 전남 영광에서 개인 의상실을 차려 의상디자이너로 제법 돈을 벌게 되고, 평생 옷을 지으며 지역에서 이름을 알렸다. 전주 한지 패션쇼, 2006년 센디에고 컨트리 홀 의상 전시, 2008 체코 프라하 킨스키 궁 패션쇼에도 참가해 실력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패션쇼가 아닌 섬유예술작품으로서의 윤광석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광석 작가가 의상디자이너에서 섬유예술 작가로 변신한 계기와 작품 속 ()’과 오브제의 의미가 궁금했다.

윤 작가는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오래전부터 나도 모르던 예술을 향한 감수성이 있었던 것 같다광주에서 문화 공간 '탑전' 등을 찾게 됐고 그 즈음부터 음악가, 미술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문화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무명과 함께 수백 개의 바늘을 활용한 작품 앞에서 그는 어느 날 바늘과 무명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윤 작가는 날실과 씨실을 엮어서 지어낸 견고한 섬유로서의 무명은 옷감으로도 훌륭하지만 따뜻하면서도 단순한 매력이 있다. 단색화라고 해서 굳이 색에 의미를 두진 않았고 문양과 미술적 의미, 가치 등에 더 의미를 두지만, 흰색은 순수시작등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바늘에 대해선 바늘은 바로 자신이다. 바늘을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오래전 어느 날 의상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바늘과 무명에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생뚱맞은 오브제라고 볼 수 있는데, 바늘은 나의 삶이고 밥’”이라고 말했다.

그는 씨앗을 형상화한 한 작품을 가리키며 씨앗이야말로 최고의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항아리가 달을 품듯, 알이 부화하고 자라서 날고 싶듯, 한 작품 한 작품 꿈과 소망, 나의 비밀을 담았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 씨앗처럼 나의 선은 시작만 있고 끝이 없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주제어인 ()’에 대해선 선은 물음만 있다. 아직 진행 중이다. 너와 나 관계의 선, 얽히고, 설키고. 하지만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된 선들. 바로 나와 우리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광석 작가 초대전은 나주시와 한국천연염색발물관 주최·주관으로 열린 가운데 20여년간 처마에 매달려있던 녹슨 풍경,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명옷 끝자락을 활용한 작품, 목화를 위한 헌정(제단), 정교한 문양이 돋보이는 무명 의상 등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40여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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