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자녀(6)

자녀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큰 고통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대를 이을 외둥이의 죽음은 상명(喪明)’이라 일컫는 바, 이는 눈앞 광명이 캄캄하게 꺼져버린, 빛을 잃고 희망을 앗긴그런 상태를 말한다. 공자의 제자로 공문10(孔門十哲-공자의 뛰어난 10명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자하(子夏)는 아들이 죽자, 밤낮을 울다 상심해 실제로 눈이 멀었다고 한다.

사실은 공자 역시 살아생전 아들을 잃는 아픔을 당했다.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공리)는 나이 50이 되어서야 아들 자사(子思-공자의 손자)를 낳았는데, 하필이면 아들이 태어나던 해(기원전 483?)에 본인은 죽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아버지인 공자보다 먼저 죽었는데, 이때 공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의 일화에서, 부자(父子)간의 관계를 조금은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

하루는 공자의 문하생인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선 그대에게만은 우리들한테 하신 말씀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것을 들려주시지요?” 이에 살아생전의 백어가 대답하기를, “여태까지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내가 황급히 뜰을 가로지르려 하자, 아버지가 나를 불러 세우고는 물었습니다. ‘시경(詩經)을 읽었느냐?’ 그래서 내가 아직 안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시경을 배우지 않은 인간은 말상대가 안 된다고 나무라셨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시경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어느 날 내가 황급히 뜰을 건너가려 하자, 아버지께서 나를 불러 세우고는 ()를 배웠느냐?’ 하시기에, ‘아직 안 배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더니, ‘예를 배우지 않은 인간은 사회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꾸짖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나도 예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진항은 이 대화를 통해시경과 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특히 스승과 그 아들의 관계가 그리 친근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공자가 특별히 아끼지도 챙기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아들, 그를 잃었을 때 과연 공자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것은 공자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에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 다윗과 그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윗왕의 장남인 압살롬은 간신인 후새의 계략에 따라 부왕(父王) 다윗을 치러 간다. 그러나 압살롬의 군대는 2만 명이 전사하고, 압살롬 자신은 다윗의 부하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때 압살롬은 노새를 타고 가다가 상수리나무에 긴 머리가 걸려 매달리게 된다. 한 사람이 이 사실을 요압 장군에게 알리자 요압은 청년 10명을 데리고 가서 압살롬을 창으로 찔러 죽인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반역의 괴수가 죽었다고 기뻐했을까? 아니다. 다윗의 입장에서 보면, 압살롬은 반역자이기 이전에 아들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부하들이 반역군대를 토벌하러 떠날 때에도 나를 위하여 젊은 압살롬은 죽이지 말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리하여 다윗은 아들의 부음 소식에 목을 놓아 통곡한다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라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구약사무엘하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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