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을 간혹 대한다. 특히 요즘 국가보다는 사익과 당략을 우선으로 치는 정치인들을 보면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구심이 든다. 강원도가 온통 화마에 휩싸여 국민들은 고통에 빠졌는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외에는 진심어린 위로조차 없다. 이들에게 애국 애민은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변질에는 보이지 않는 역사적 암수가 있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 글을 썼다가 애국자들의 공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어떻게든 조국을 미화하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마음이다. 단지 요즘 붉은 옷을 입은 정치인들을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렇게 만든 부류를 생각해 보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소위 국민이란 사람들이 제대로 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역사 전공자들의 답은 한말 고종의 대한제국설립 당시 기록을 말한다. 상고시대 남쪽의 삼한(마한, 진한, 변한)에서 한()을 뭉쳐 대한으로 했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도 모르고 결국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에 병합 되어버린 약소국을 국호로 삼았다는 말이다. 누가 봐도 타당성이 없다. 실제 삼한의 학설은 중구난방이다. 정설이 없는 것이다. 보통은 중국의 사서를 바탕으로 진국(辰國)의 후예로 보지만 진국은 또 어디서 왔는지 명확하지 않으니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뒤에 붙는 민국(民國) 역시 중국의 중화민국에서 따왔다는 설이 오히려 많다. 여기에 애국가는 친일의 대표적 인물인 안익태가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리고 이 애국가라는 제목이 붙은 노래를 우리나라 국가로 삼는다는 내용은 헌법을 위시해 어느 법에도 규정이 없다. 안익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직업형 친일인사, 한국계 스페인 사람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음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애국가이다. 여기에 불가리아 노래를 표절했다는 표절 설까지 더해지면 한국민의 자존심은 다시 무너진다. 작사자 역시 미상으로 되어 있지만 안창호, 민영환, 윤치호 설이 유력하다. 그 중 사실 정황으로 보면 윤치호가 가장 유력하다. 문제는 윤치호 역시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 몰기 위해 가두방송까지 서슴지 않았던 친일파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사자는 윤치호가 아닌 미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매국노의 합작이 우리 애국가인 셈이다.

우리나라 꽃이라는 무궁화 역시 역사적으로 다시 짚어봐야 한다. 일제 강점기 이전의 우리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꽃이 무궁화다. 그런데 우리나라 꽃, 즉 국화(國花)라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무궁화를 직접 언급하는 본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는 상당한 대우를 받던 꽃이 바로 무궁화다. 무궁화 관련 문화재가 45건이나 되고 신앙 관련은 128천 건, 무궁화 기모노는 102천여 건 등의 기록이 등장한다는 경희대 강효백 교수의 발표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특히 일본제국 대원수의 휘장엔 욱일기와 무궁화가 뒤엉켜 있다. 반면 우리 조선 500년 기록엔 무궁화를 말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 번역본에 단 3번 등장하는 것 외에 본문(한자기록)엔 아무것도 없으니 기이한 일이다. 일장기를 닮은 품종인 히노마루2000년 이후 일본 최고 인기 무궁화라고 한다. 어떻게 무궁화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국화가 되었는지 연구해 볼만한 문제다.

농악이라는 이름 역시 의구심 투성이다. 조선실록을 다 뒤져봐도 농악이라는 장르는 없다. 단지 세종대에 다섯 번 등장하지만 농악이 아니라 선농악장(先農樂章/선농단의 제향 때 쓰이는 악장)이라는 단어로 농악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일제를 거치면서 농악이라는 단어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우리 굿의 종합예술을 농민음악으로 만들어버린 축소형이지만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논리라면 시장에서 치는 굿은 상악이다. 태극기도 마찬가지다. 기원이 중국이라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여기에 중앙 태극 문양도 세로에서 가로로 바꿔버렸다. 누군가 음양교반의 변화를 막은 것이다. 이정도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룩한 상징물들이 하나 같이 정통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학자와 지사들은 침묵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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