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다시 416일이 지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세월이 5년이다. 가장 기억하기 싫으면서 잊으면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으로 불렀다. 사고로 쓰고 인재로 읽을 수밖에 없는 일이 터지고 온 나라가 세월호를 말할 때 나는 방송을 피했었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노와 슬픔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일부 방송과 신문에서 이제 그만 좀”, “지긋지긋 해를 내 놓기 시작하고 조금씩 동화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세월은 다시 흘렀다. 1년이면 나올 줄 알았던 원인이 다시 1년이 흘러도 진척이 없었고 이렇게 5년이 지났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도 자식을 잃은 유족들은 공격의 대상이고 정치인들의 안줏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책임자 누구도 처벌 받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감정 감당이 안 되는 세월호 사건이지만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다.

소위 보수라고 우겨대는 정치집단의 주장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냥 원인을 알고 싶을 뿐인 사람들이 있고 이를 밝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인데 모두 정치적이 되고 마는 상황이 오히려 많이 당황스럽다. 특히 차명진과 정진석의 발언은 그들을 대변한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차명진의 발언은 아무리 욕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과거 군사독재에 항거해 학생운동을 했단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이렇게 아픈데 유가족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너무 비인간적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해쳐 먹었던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니 더욱 섬뜩하다. 여기에 세월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박근혜와 황교안에게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썼다. 유가족과 상대정치권 인사들에게 무슨 책임과 죄의식이 있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인간성까지 팔아가며 당의 수뇌들에게 공천용 도장을 찍고 싶을까. 여기에 태극기 부대의 확실한 지지도 더해지니 전문용어로 일타쌍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정진석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는 글을 인용해서 SNS에 올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색이 짙은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나경원의 발언이다. “유가족이나 피해자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아픔을 드렸다면이라는 조건부, 그것도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입술만 움직이는 특유의 발성이 더욱 섬뜩하다. 한나라당은 이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국민들 반응은 그래서?’이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왔던 막말이지만 제대로 윤리위원회에서 처리 된 것이 없다. 딱 거기 까지다. 그래서 막말은 그들의 당색(黨色)이라고도 한다. 정치권에서 밀리고 미디어에서 얼굴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터뜨리는 것이 바로 막말이다. 잊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부류가 바로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고 학부를 나오고 변호사가 직업인 정치인이 잊히지 않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고소고발이었다. 끊임없이 고소를 하고 고발을 하며 미디어에서 악착 같이 얼굴을 내 밀었다. 그러다 도착점은 결국 감옥이었다.

아직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10억 이상을 받아갔다는 가짜 뉴스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지라시유포까지 정치인들이 맡아서야 되겠는가. 감정의 감당이 힘들겠지만 영화 생일을 보면서 그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라도 느껴 봐야만 한다. 정치인들이 시궁창을 만들고 있는 피해의 아픔을 잔잔하게 정리해 줄 것이다. 불륜이 가득한 허구의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도 감정이입 되어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이 어찌 어린 피해자들의 죽음에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지 오히려 이상하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되는 말이 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 것이니 그만 하자던 정치인의 말이다. 가슴에 묻는다는 뜻은 죽을 때까지 가슴 아리게 살아야 한다는 잔인한 전재가 붙는다는 것을 그 정치인은 알고 했을까. 인간성을 상실한 나쁜 사람들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름은 최소한의 이성을 기본으로 산다는 것이다. 배려와 역지사지를 철저히 외면하는 사람들, 자칭 보수라 부르는 수구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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