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통시장들은 요즘 들어 빈익빈 부익부시대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의 가치와 특색을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발굴하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영광신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시장 5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전쟁의 애한이 서린 가장 한국적인 시장 <국제시장>

거리와 골목마다 줄지은 방문객으로 빼곡

1945년 광복과 함께 역사가 시작됐고, 6·25전쟁 후 피란민들이 터를 잡으며 시장의 활기가 솟았다. 격변의 시대가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이름만으로도 울림을 주는 국제시장이다.

미군의 군용물자와 함께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전국으로 공급되며 이름을 알린 이곳은 2014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황정민·김윤진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은 실제 이곳 시장을 배경으로 한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전 국민을 넘어 세계인을 울렸다. 이는 국제시장을 방문하는 발걸음을 몇 배로 늘게 했고, 영화에 등장한 실제 점포 꽃분이네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몰렸다.

국제시장은 기계공구, 전기전자류, 주방기구, 의류 등이 주요 품목인 도·소매 시장이다.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는 식용품, 농수산축산품, 공산품 점포들이 들어서 있다. 부산 최대 그릇 도·소매시장으로 유명하며 한복, 잡화, 팬시용품, 안경 등도 특산품으로 알려져 있다. 어묵과 원조선식, 수예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다.

현재 국제시장 주변은 크게 먹자골목과 젊음의 거리, 만물의 거리, 아리랑거리, 구제골목으로 구분된다. 먹자골목에서는 씨앗호떡과 팥빙수, 떡볶이, 물떡, 어묵 등 다양한 먹거리가 시선을 빼앗고, 만물의 거리에서는 거리명 그대로 온갖 잡화와 가방, 음향기기 등을 판매한다. 전통 공예품과 연예인 관련 특산품이 즐비한 아리랑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고,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 수입한 의류 및 잡화를 판매하는 구제골목은 늘 방문객이 줄을 서서 상품을 구경하는 곳이다.

부산의 축제와 함께하는 문화공간

문화예술 관련 축제가 많이 열리는 부산. 국제시장 일대도 축제지가 된다. 부산공연예술축제와 부산항축제, 해운대모래축제 등을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어 시장 방문객도 축제관람객도 늘 목적 이상의 만족을 얻는다고. 부산국제영화제의 거리 BIFF광장도 불과 도보 5분 거리에 있으니 축제의 기분을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전통시장이 또 있을까?

역시 도보 5분 거리에 50여 년 역사 속 깊은 문화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이, 15분 거리에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애한이 서린 계단을 테마로 한 문화 공간 40계단문화관이 자리해 있다. 또 일반버스 186번으로 10여 분이면 영도대교에 도착한다. 국내 유일의 도개교인 영도대교에서 다리가 열리는(오후 2시부터 15분간) 색다른 구경을 하며 짧은 추억 하나 새기는 것도 좋겠다.

시장도, 인근 명소도 모두 문화적 정서 또는 역사적 가치를 느낄 수 있어 시장과 연계해 즐기는 여행은 그 어느 때와 달리 묵직한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7, 남포역 1번 출구에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국제시장.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의 영업시간동안 보고 듣고 먹는 재미를 느껴보자.

---------------------------------------------------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생명력 가득 <자갈치시장>

활기와 매력, 먹거리 넘치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정겨운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우리나라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부산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소 중의 명소다. 영도대교 바로 옆 건어물시장에서부터 충무동 공동어시장까지를 통틀어 자갈치시장이라 부른다. 펄떡이는 각종 싱싱한 해산물들, 비릿하고 짭짤한 코끝 자극하는 냄새, 억양은 강해도 정겹고 따뜻한 상인 아주머니의 사투리.

시장곳곳에서 느껴지는 활기는, 그저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 힘이 충만해지게 만든다. 그날 잡힌 싱싱한 생선은 어떻게 조리해도 최고의 맛이 나고, 즐길 수 있는 해산물 종류도 많고 많다. 친절한 상인들이 방문객 주머니 사정에 따라 생선도, 함께 즐길 해산물도 추천해주니 섣부른 걱정은 넣어두자.

상가에 가면 1층에 갓 잡은 해산물이 바다를 이룬 수산물시장이 있고, 2층은 회 센터로 구성돼 있다. 1층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해산물들은 바로 2층에 올라가 맛보면 된다.

상가 바깥 시장도 싱싱한 해산물들은 차고 넘친다. 또 어묵과 짜장면, 백반 등 맛집으로 소문난 다양한 음식점도 있는데, 이곳들은 모두 인근 주민들이 손꼽는 진정한 맛집. 곰장어구이와 곱창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 먹거리다.

바다와 먹거리와 사람이 더불어 몇 배의 에너지를 내뿜는 이곳이야말로 삶의 풍요 제대로 느낄 살아있는 여행지가아닐까. 웃음이 나는 삶의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다.

명실상부한 관광명소와 어깨 나란히

예스러움이 남은 건어물시장과 부두, 멋지게 새 단장한 자갈치시장 건물 뒤편의 수변공원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시장 방문객 반, 관광객이 반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영도대교와 코앞으로 보이는 우뚝한 영도, 공원의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은 붐비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선착장 통통배로 영도 뱃길 여행도 해볼수 있으니, 바람 없이 날씨 좋은 날이라면 추천한다.

자갈치시장은 남포동 골목, BIFF광장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코스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또 부산항과 국제여객터미널이 가까워 크루즈 이용객이 관광하기에도 이만한 시장이 없다. 보수동 책방골목과 용두산공원, 감천문화마을,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부산타워 등과 연계한 여행 코스로도 제격. 이곳 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전통시장으로 손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국제시장을 연이어 들르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매년 10월이면 열리는 자갈치문화관광축제,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도 고민 없이 자갈치시장을 찾는다. 부산 사투리만 들리던 이곳은 어느새 다양한 외국어까지 함께 들리는 시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자갈치시장은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10번 출구에서 도보로 4분이면 도착한다. 상가시장의 경우 1층 수산물시장은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2층 회 센터는 오전 9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해산물 즐기러 부산에 온 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이곳으로 향하길 추천한다.

---------------------------------------------------

대구 최대 규모만큼 멋도 맛도 충만한 <서문시장>

지구별 전문화된 상품, 깔끔한 먹거리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 중 한 곳이던 서문시장. 이곳은 대지 면적 27062(8190), 점포 수 약 5000여 개, 상인 수 2만여 명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주단, 포목 등 섬유 관

련 품목을 주로 거래하는 유명한 원단 시장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구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서문시장은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등 6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한복, 액세서리, 이불, 의류, 그릇, 건어물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이곳은 품질 좋은 원단만큼 먹거리 많기로 이름나 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렬로 늘어선 각종 먹거리 점포들은 무척이나 깔끔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질서있고 정비가 잘된 데다 바닥도 깨끗해 기분부터 좋아진다.

대구의 대표 별미 납작만두, 꽃게를 통째로 튀겨낸 꽃게튀김, 통통한 소라살만 골라내 꼬치에 꿴 소라꼬치, 짜장면 위에 삼겹살 조각이 덮밥처럼 얹혀 나오는 삼겹살짜장면 등 특색 있고 매력적인 먹거리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서문시장을 오래 다닌 이에게 이곳의 맛집을 꼽으라 하면, 십중팔구 고민도 않고 칼제비를 말한다. 1지구와 4지구를 이어주는 육교 아래 위치한 국수골목에서 맛볼 수 있는 칼제비는 인심좋게 그득 담아낸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인기가 좋다.

1·2·4지구에는 섬유 원단이나 한복, 의류 등과 같은 섬유 관련 제품을 파는 곳이 집중돼 있고, 가방이나 등산복 등 전문 의류를 파는 곳도 산재해 있다. 건해산물상가에서는 다양한 건어물이 판매되고 있으며, 다른 지구에도 각기 전문화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시장의 매력에 국내외 관광객 풍덩

이곳 서문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카페가 많다는 것이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부터 개인 카페까지 총 20곳이 넘게 자리해 있다. 2지구 지하에도 최근 카페와 식당이 많이 생겨나며 젊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야시장이다. 올해 개장했지만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규모 역시 전국에서 가장 크다.

350m 거리에 80여 개의 상점이 늘어선 서문야시장은 미식의 도시 대구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낸다. 대구막창과 새우튀김, 회오리감자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맛은 물론이고 눈으로 얻는 행복도 충만하다. 야경용 마차도 탈 수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도 좋다.

서문시장은 지난해 외국인이 가기 좋은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접근성이 좋고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것과 더불어 주변 관광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바로 동성로, 근대골목, 약령시장, 김광석거리 등의 인근 명소가 이곳 시장을 더욱 빛내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3호선 서문시장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4분이면 도착하는 서문시장.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며, 매달 첫째·셋째 일요일은 휴무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며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