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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동덕(同心同德) ‘단 한걸음이라도 함께 가자’ <2>
2019년 05월 13일 (월) 10:25:01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농협과 농업인이 힘을 모으는 농업인 행복시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자세로 농업·농촌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농협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청년 농업인과 다문화가족, 귀농·귀촌인이 보다 쉽게 영농활동을 영위하고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영광신문은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이 제시하는 이야기들을 순차적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스스로 선택을 믿고 기다려주는 일

조삼모사는 중국 송나라 때 저공이라는 사람이 여러 마리의 원숭이를 길렀다. 먹이를 감당 할 수 없게 되자 저공은 꾀를 내기 시작했다. 먼저 아침에는 3개의 도토리를 주고 저녁에는 4개를 주겠다고 했다. 이에 원숭이들이 항의를 하자 저공은 다시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는 3개를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수용하고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흔히 조삼모사는 같은 결과를 가지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작하는 어리석음을 꼬집거나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상황을 일컬을 때 쓰인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장자는 열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했다. 장자는 처음 원숭이들이 제안을 거절했을 때 저공이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아무리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곧 상대일 수는 없다. 그러니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준다면 상대방을 탓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내주는 도토리의 양에 변화가 없음에도 수용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장자는 요샛말로 하면 소통과 상생의 방법론을 제시한 셈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다. 행동경제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두 그룹에 1달러짜리 복권을 구입하게 하는데, 한 그룹은 직접 번호를 선택해서 기입하게 하고 또 다른 그룹은 자동으로 발매된 복권을 구입하게 했다. 그런 다음 구매한 복권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때 팔의향이 있는지, 판다면 얼마에 팔 것인지 물었다.

그 결과 기계가 자동으로 번호를 생성한 복권을 산 사람들은 약 19펀센트가 팔지 않겠다고 한 반면, 자신이 직접 선택한 번호로 복권을 구입한 사람들은 무려 38퍼센트가 팔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자동번호로 구입한 사람들은 평균 1.9달러에 되팔겠다고 했지만, 직접 자신이 선택한 번호로 구입한 사람들은 구매 가격의 무려 9배에 달하는 8.9달러에 팔겠다고 했다. 자신이 번호를 선택했든지 아니면 자동으로 부여된 번호이든지 간에, 복권 가격이 1달러라는 사실과 당첨 확률이 800만분의 1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랭어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믿을 때 훨씬 소중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같은 조건이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성취하고자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사업 주체는 조합원이다. 아무리 조합원을 위한 사업이라고 해도 조합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니,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조합원을 설득하는 최고의 방법은 조합원 스스로 대안을 선택할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 시간과 과정을 참아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방식을 선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이란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동행은 상대방도 나와 같다는 믿음이 있을 때 시작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서로 자기 일이라고 믿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생각의 조화를 이룰 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신념이 곧 협동조합의 힘이다.

 

오늘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된다

정조의 신임이 두터웠던 때 다산 정약용은 주변은 늘 사람들이 넘쳐났다. 백성의 아픔을 공감하려는 임금을 위해 그는 밤을 세워가며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안들을 쏟아냈다. 한강에 다리가 놓이고 수원성이 세워지던 때만 해도 그의 인생에는 행복만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귀양살이를 떠날 때 다산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배지에서도 사람들은 형벌이 두려워 그를 멀리했고, 다산은 채소를 심을 만한 땅 한 뼘조차 빌릴 수 없었다.

다산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대로 유배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삶의 흔적을 남길 것인가. 후세 사람들이 사헌부를 탄핵문과 재판기록만으로 자신을 평가할까 봐 두려웠을 것이고, 비록 지금은 죄인이지만 다음 세상에서나마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사랑한고 백성을 아끼는 자신의 진정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산은 자식들에게 당장 벼슬을 얻지 못하더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범을 보였다.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면서도 꼿꼿하게 앉아 18년 동안 저술에 전념했다. 무려 182503권에 달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그 책을 통해 그는 빈곤과 착취를 해소하고 민생경제를 활성화할 개혁방안들을 제시했다. 또한 관리의 올바를 자세를 설파하고, 법률의 공정한 집행을 주장했으며, 백성의 입장에서 행정 · 경제 · 사법의 총체적 개혁안들을 제시했다.

역사의 무게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다산은 유배지에서 수많은 좌절에 굴복해 병들었거나 정적들에게 밀려난 한 사람의 정치가로 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산은 역사가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비관적인 현실 앞에 주저앉는 대신 낙관적인 미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의미를 채워가며 살았다.

영국의 정치학자 웨드워드 카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가 바로 역사라고 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 사실들의 총합이 아니다. 또한 역사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며 끊임없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연결되어 존재한다. 카에 따르면 예정된 역사란 없으며 미래는 여러 갈래로 열려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과거를 바라보고 어떻게 내일을 준비하느냐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든, 중요한 것은 그 역사적 인식이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정되는 순간 역사가 말하려는 교훈이 사라지고 변화를 포기한 변명만 남게 된다.

1961년 농업협동조합이 생겼을 때만 해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40%가 넘는 국민총생산을 농업이 책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다수는 배불리 먹지 못했고, 낮은 생산성은 산업구조를 전환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자본이 자체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농업 관련 산업 간접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국가는 어쩔 수 없이 농업협동조합을 활용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영세한 농업인들은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국가의 증산 목표를 달성하고자 빠르게 달려갔다. 농업인 개개인의 목표보다는 국가의 정책목표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로 농업인들이 도시 노동자가 되면서 농촌의 노동력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농기계 비료 농약 등이 채워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난했던 농업 국가는 반도체 자동차 등 최첨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제 규모로 10위권의 부강한 나라가 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온 농업인과 농업협동조합의 역할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농업 인구는 5%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중 65새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농촌은 늙어가고 있으며 농업소득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늘 농업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농업협동조합은 지금 농업에 주어진 과제를 역사의 요구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산파 역할을 해온 농업인들을 어떻게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농업의 가치를 일깨우고 국민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비록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농업이 인류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 오는 아침 출근길, 발자국이 유난히 선명하다. 뒤에 오는 이의 길잡이가 된다며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지 말라던 서산대사의 시가 떠오른다. 오늘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된다. 내일의 사람들이 누리게 될 오늘은 지금의 나에게 달려 있다. 다산의 번뇌가 생생히 와 닿는다. 역사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그 결정은 우리 자신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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