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일꾼

노인이 겪는 빈곤질병고독사회적 배제 등의 고통 중에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빈곤'이다빈곤하면 건강을 지킬 수 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노인빈곤율이 높으면 당연히 노인자살율도 높아진다생계를 위해 폐지 줍는 노인들이 넘쳐나고 쪽방 구석에서 숨을 거두어도 몇 달씩 발견되지 못하는 사회대한민국이 그런 사회이다게다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치부하는 태도와 노인층에 대한 불신도 심한 사회이다국가 예산을 투입해 노인 복지를 확대하려는 시도에는 사회적 저항이 있고심지어는 '청년 대 노인'의 세대간 대결 프레임이 작동하기도 한다노인이 존엄한 인격적 존재로 대우받지 못하는 나라대한민국은 그런 사회이기도 하다출생아수가 사망자수를 밑돌면서 대한민국도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했다지금의 고령화는 인구감소를 동반한 고령화라는 점에서 고령사회 충격을 감당할만한 국가적 역량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노인의 경제력은 은퇴 이전에 쌓아올린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은퇴 이전에 얼마 만큼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삶의 질이 좌우되는 것이다안정된 정규직 인생을 살았다면 노년기도 상대적으로 안정된다반면에 낮은 소득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해왔다면 노년기의 삶은 빈곤할 수 밖에 없다현재 우리 사회는 빈곤 노인을 양산하는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상황에 대한 안일한 인식은 안일한 대처를 부른다적당한 미봉책으로는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국가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비상한 시점에서 무능력하거나 주춤거린다면국가가 공공복지로 노년기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결국은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한다결국 국민들은'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미래의 위협에 협동적 연대의 방식이 아닌 개인적 경쟁의 방식으로 대처해야만 하는 사회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7년 남았다한국은 2026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령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일본 정부는 1987년부터 60세 이상 남녀 6천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생활변화를 추적해 <고령자의 일상생활에 관한 의식조사보고서를 만들었다. 1987 1차 조사 당시 60세였던 대상자가 2006 7차 조사에서는 80세를 맞이했다이 연구는 시간의 변화와 함께 나이들면서 건강과 경제상태가족과 친구지역과 같은 사회관계 등 고령자 생활의 주요 부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보고서는 초고령 미래사회의 특징으로 '고령자의 고령화'를 꼽는다.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데 이 중에서도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급속히 증가한다는 것이다특히 이 고령자들 중 요양이나 돌봄이 필요한 비율보다는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자립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인구다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고령자 세대가 7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점 등에 주목한다따라서 초고령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수명 혁명으로 늘어난 새로운 삶의 단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명확한 지침을 만들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정비하는 일이다.

고령자들은 전적으로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과 작은 도움으로 자립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노인들로 나누어진다양쪽 다 자신이 살던 정든 터전을 떠나지 않고 살던 곳에서 마지막까지 편안한 여생을 보내길 원한다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지지 않는다누구에게나 완만하게 노화가 진행된다따라서 노후를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환경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정비고령자의 욕구에 대응하는 일자리의 창출이동이 어려운 고령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택 및 지역사회 생활 환경 정비고령자의 사회적 단절과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커뮤니티 재생과 근거리 밀집형 마을 만들기 등의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령화는 도시와 지방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나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은 급격한 고령화 양상을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농촌 지역은 마을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미래를 대비하려면 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기초해 개인의 늘어난 인생과 초고령 사회에 알맞게 사회 체계를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