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일본이 다시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확히는 아베와 극보수파의 의도일 것이다. 이른바 경제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보복이란 상대가 무엇인가 잘못이 있거나 상대로 인해 이해타산에서 손실을 입었을 때 하는 것인데 이번 그들의 보복은 정확한 이유가 없다. 정신대 할머니의 대법원 판결 혹은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지난 5일 마이니치 신문은 정치인의 말을 인용해 위안부 문제의 합의를 뒤집거나 일본 수산물의 수입 규제를 계속하는 한국에 대한 여론은 강경해서 이번 조치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썼다. 또한 자민당 간부는 참의원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선거 운동에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언급하라고 조언 했다고 한다. 아베 정권의 선거 이용 의지가 다분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규제를 하겠다는 품목은 우리 수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이다. 먼저 에칭가스는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다음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소 처리로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한다.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현재 삼성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물론 반도체 페키징과 전기차 경량화 소재 그리고 3D 프린트 소재로 쓰이는 중요한 품목이다. 세 번 째는 리지스트. 역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감광액 재료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를 차지한다. 이들의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규제란 불매로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장사하는 사람이 안 팔겠다는 규제이니 조금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우리 반도체 시장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에칭가스 등 일부 자재의 재고가 거의 없는 현 시점에서 반도체 공장의 가동라인이 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부 고위층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사실 해결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을 이야기하는 수준이다. 일본이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잘라가며 우리의 상처를 요구하는 데에는 분명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복선이 숨어 있음을 짐작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말할 단계는 아닌 모양이다. 정부는 우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1순위로 잡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세계 굴지의 기업들 역시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을 비롯해 중국의 샤오미와 오포는 물론 일본 자신들도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이번 사건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 시장인 한국에 물건을 못 팔아서 1차적 손실을 입고 후폭풍으로 돌아올 반도체의 수급 차질로 2차 폭풍을 맞아야 하는 2중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과연 일본이 자신들만의 의중으로 국가적 자해 행위를 저지르겠느냐는 것이다. 누가 봐도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올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숭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미국의 허락 없이 이런 사고를 치겠느냐는 의심이다. 우리 반도체가 무너지면 가장 혜택을 입을 곳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이다. 중국에서의 반도체 사용량이 상당한 현실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반도체 시장이다. 그래서 미국과 모종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설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가설은 추측일 뿐이다. 이른바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다. 대통령의 대응책 역시 경제적 체급이 맞지 않으니 정답은 아니다. 15톤 트럭과 경차의 치킨 게임은 결과가 뻔하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시 민심이지 둘 사이의 균형을 만드는 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더욱 가관은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리는 야권 정치인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잘못을 저질러서 이런 사태를 맞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변인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이다. 그나마 삼성은 외부에서 활로를 찾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베는 큰 자충수를 둔 셈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고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에 하나라도 미국의 개입이 있다면 상당히 심각한 상태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에 도움을 청하는 특사를 파견했다. 일단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확실한 것은 일본은 이번 보복으로 인해 모든 신뢰를 잃었다. 세계의 모든 이목이 이번 행위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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