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대신 생소한 기자간담회라는 것이 열렸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다. 청문회 사상 유래 없는 관심의 중심에 선 후보가 스스로 해명의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의혹만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정확한 증거는 전혀 없으니 오히려 국민이 더 답답했던 게 사실이다. 청문회장에서 해명을 기초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민들이다. 그런데 청문회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오늘 열리기로 합의를 했지만 바른미래당 오신환 대표는 청문회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후보에게 쏟아진 의혹보다 오히려 청문회가 법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의혹이 더욱 컸다. 당사자가 간절히 원하는 청문회가 왜 열리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또한 그렇게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청문회 전에 사퇴하라는 주장까지 강하게 제기한 야당의 행보는 더욱 의혹이다. 확실한 증거를 잡았기에 사전 사퇴까지 요구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터뜨릴 가장 좋은 장소인 청문회를 외면해 왔던 의도는 이해가 힘들다. 기자들이 내던진 낚싯밥인 의혹만 가득할 뿐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반론으로 보는 견해가 맞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이 택한 것이 청문회장이 아닌 여론전이었지만 국회의무라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결국 청문회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국 후보가 여론전으로 선수를 쳤으니 아이러니하다. 비록 민주당의 주도하에 당직자가 사회까지 맡았고 민주당 출입기자 등록을 한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였지만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간담회 이후 많은 후담과 보도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은 변명과 감성팔이를 했다는 평을 했다. 야밤에 딸의 거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린 기자를 거론하자 감성팔이라고 일축했다. 실시간으로 올라온 댓글에도 감성팔이라는 단어는 상당량 눈에 띄었다. 심지어 그러니까 사퇴하라니까?’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사퇴하지 않으면 딸을 비롯한 가족을 인질로 잡겠다는 명백한 협박이다. 물론 후보도 많은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시키진 못했다. 아직 의혹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간담회가 끝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검찰은 다시 조국 후보와 관련된 몇 곳을 압수 수색했다. 유래 없이 빠른 행동이다. 특히 상대가 검찰 개혁을 계획하고 있는 법무부장관 후보이고 보니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망을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평가도 순식간에 둘로 나뉘었다. 고위직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적 행위가 갑자기 사법권과 수사권이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진로를 바꾼 느낌이다. 그리고 정치계를 검찰이 어두운 그림자로 감싸버렸다. 청문회의 후보검증이라는 정치행위가 갑자기 검찰의 발 빠른 개입으로 수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다수의 예상대로 조국 후보가 그대로 임명이 되겠지만 검찰을 개혁해야하는 그의 앞길을 검찰이 결정하는 형국이 되었다. 윤석열과 검찰, 그리고 검찰의 개혁을 삶의 사명으로 삼은 조국 후보의 삼각관계 형성은 오리무중이다. 단지 분명한 것은 검찰개혁을 이번에도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의 검찰 권력은 영원할 것이다.

이번 치러진 기자간담회를 본 한국 언론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사항이다. 이유는 모두 짐작했듯이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다.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기자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 참사라는 말로 스스로를 평했다. 새로운 의혹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미 보도된 내용을 다시 재탕하는 답답함에서 이미 수준은 드러났다. 여기에 계속해서 같은 내용을 겹치기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다시 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설명하는 후보까지 더해져 처음의 기대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여기에 대답을 성실히 하라는 국회의원의 말투를 닮은 기자까지 등장하고 보니 태도 문제까지 불거졌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 섰던 기자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 섰던 기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찾아봐도 바로 답은 나온다. 여기에 수준 낮은 통속적 질문으로 11시간을 보낸 이번 기자들의 완패는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이다. 1야당의 대표 의원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주어 없는 협박성 발언을 날렸지만 결론은 청문회 합의다. 이들이 가만있지 않아봤자 장외 집회와 국회 보이콧 외에는 무기가 없으니 그나마 명분은 살린 셈이다. 어쨌든 이번 기자간담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야당의 능력과 기자들의 수준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누구의 민낯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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