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성인의 제자들(석가모니⑥)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후, 마하가섭은 500명의 장로들을 칠엽굴(왕사성 부근의 바위동굴)로 모은다. 이를 제1차 결집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석가모니의 여덟 번째 제자 우바리는 만장일치로 계율담당자에 선정된다. 25년 동안 극진히 스승을 모셨던 아난조차도 결집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천민 이발사 출신의 우바리가 계율담당자로 선정된 것은 실로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석가모니의 아홉 번째 제자는 그의 친아들 라후라(羅睺羅)이다. 석가모니의 아내였던 야슈다라 왕비가 석가의 출가하기 전에 임신한 아이였다. 석가모니가 득도한 후 고향 카필라 성으로 돌아왔을 때, 야수다라 비는 아들 라후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분이 너의 아버지이시다. 가서 나는 왕이 되려 하니, 물려줄 재산을 달라고 하여라.” 아들의 말을 듣고, 석가모니는 물질보다는 진리라고 하는 거룩한 보물을 물려주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법의 상속자가 되게 하리라생각하였다. 그리고는 사리불에게 명령하여, 라후라의 출가의식을 치르게 했다. 이렇게 하여 라후라는 사미승(수행 중인 어린 남자승려)이 되었다. (6, 9, 12, 15세 등 여러 설이 있음)
그러나 어린 라후라는 계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을 많이 쳤던가 보다. 누가 부처님 계신 곳을 물으면, 엉뚱한 곳을 일러주고 깔깔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골탕을 먹은 사람들도 라후라를 꾸짖지 못하는 처지였으니, 그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에 석가모니는 그를 불러 깨끗한 물을 받아오게 하였다. 그 물에 발을 씻은 다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마실 수 없습니다.” “왜 그러느냐?” “이 물은 발을 씻은, 더러운 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도 이 물과 같아졌느니라. 수행하는 데에 힘쓰기보다 욕심이나 부리고, 화를 내고, 어리석은 마음이 가득하지 않느냐?” 그런 다음, 물을 버리게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라후라야. 너는 이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담을 수 없습니다.” “왜 그러느냐?” “음식은 깨끗한 그릇에 담아야 하는데, 이 그릇은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도 이 그릇과 같다.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마음속에 도 닦을 생각이 없으니 물을 담을 수 없는, 더러운 그릇이 된 것이다.” 그런 다음, 대야를 발로 차서 깨트렸다. 그리고는 또 물었다. “라후라여, 저 그릇이 아깝지 않으냐?” “이미 더렵혀진 그릇이라서 아깝지 않습니다.” “그래. 너 역시 이 그릇처럼, 깨어져도 아깝지 않게 되었다. 그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느냐?” 이 대목에 이르러, 라후라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 모습을 본 석가모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라후라야. 뜻을 가다듬고 열심히 공부하여라. 너는 땅과 같아라. 땅은 향수를 뿌려주어도 좋아하는 일 없고, 똥을 퍼부어도 싫어하는 일이 없다. 좋고 나쁘고 판단하는 분별을 버리거라. 또 너는 물과 같이 살아라. 물은 깨끗한 꽃잎을 적신다고 좋아하는 일이 없고, 더러운 빨래를 넌다고 하여 싫어하지도 않는다. 또 불이나 바람처럼, 무엇을 태우건, 무엇을 실어 나르건,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말고 살아라.”

이후부터 라후라는 수도에 정진하여 20세에 비구계를 받았으며, 남이 보든 말든 묵묵히 실천하고 수행하여 밀행제일’(密行第一)이 되었다. 그는 또 학문을 좋아하여 학습제일’(學習第一)로도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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