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연중 가장 풍요롭다는 추석명절이다. 못지않게 쏟아져 나오는 각종 뉴스는 명절 술좌석의 안주거리로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다. 사상초유의 장관후보 검증이 나라를 흔들었지만 결국 예상대로 임명이 되었고 야당은 익숙하지 않은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번 조국 장관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단체의 이권이라는 느낌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국회는 국회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진정 국민을 위한 행위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 유감이다.

조국 장관은 차기 유력 대선후보의 지위가 장관후보라는 현실을 덮었다. 그래서 전무후무한 70만 건이 넘는 언론 융단 폭격을 받았고 청문회 중에 배우자가 기소를 당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해도 검찰의 공격이다. 윤석열 총장은 나는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멋져 보였다. 하지만 조직은 바로 검찰이었다. 검찰에 손을 대려는 후보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세계 최강의 대한민국 검찰 조직은 대선후보 한 사람쯤이야 문제 될 것 없는 것이다. 검찰과 사법권 개혁은 국회의원 의석수에서도 상당히 힘들겠지만 힘에서도 대항이 힘들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도 여실히 증명이 되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개 판사에게 결정타를 맞았다. 역시 유력한 대선 후보다. 대한민국은 대선 후보들이 검찰과 판사를 넘지 못한다. 힘이 부족한 것이다. 대선 후보쯤은 판사가 거뜬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법치주의 하에서 이루어지는 판결과 수사들이겠지만 같은 사안이 1심과 항소가 다르고 다시 상고기관에서 판결이 여반장으로 뒤집어진다면 근본적으로 법해석이 판사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기에 판사의 성향이 재판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사안은 크게 두 가지인데 판결 내용이 서로 상충하는 이상함까지 보이고 있다는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이쯤 되면 판사들의 신뢰도는 갈수록 바닥이 될 우려가 크다. 여기에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도 마지막 상고심 판결이 나왔다. 원심대로 36개월 형을 받은 것이다.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렇게 여권의 진보 대선 후보자들은 형사범이 되어 하나씩 침몰하고 있다. 물론 이재명 지사는 마지막 상고심이 남아있지만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이 나만을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건국 이래 가장 시끄러웠던 이번 청문회를 바라보며 떠오른 단어가 바로 그 흔한 수신제가. 정치판으로 나서면서 초심을 잡기 전부터 교과서로 삼았던 단어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한 단어다. 자유당 시절엔 이기붕이 아들 강석을 이승만에게 양아들로 생일선물 함으로서 나라가 시끄러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아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난을 겪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형님 난을 겪었다. 이회창 당시 후보는 아들 병역문제로 선거에 실패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의혹이든 사실이든 아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 진행형도 많다.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이 되고 나경원 의원 아들의 입시비리 의혹도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번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조국 장관의 딸과 부인의 일까지 불거지자 가정이라는 작은 정치의 실종을 새삼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인물이 국가의 큰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행위는 맞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행보엔 수신제가가 실종되었다. 평범한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자식 교육을 이상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역시 평범이 평범을 만든다. 평범을 벗어난 인물의 배우자와 가족은 권력과 명예를 무기삼아 평범을 능멸한다. 수신제가하지 못한 결과이다. 밝은 덕을 밝혀(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新民) 대학의 문구는 차치하고라도 수신제가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格物致知) 의지를 성실히 한(誠意) 후에 마음을 올바르게(正心)한 뒤의 일이다. 기본을 갖추지 못한 수신과 제가는 공허할 뿐만 아니라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개울의 중간부터 시작되는 징검다리는 없다. 집안을 가지런히 하려면 먼저 자신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 흐트러진 눈과 마음으로는 수신제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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