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질저하·판로감소 등 악순환 2016년 재현 우려

정부 피해벼 매입가·저가미유통 재해보험도 문제

가을태풍 피해로 인한 영광쌀 문제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영광군 및 통합RPC 등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링링 1,848.4ha 2,177농가, 타파 578ha 951농가, 미탁 381.3ha 407농가 등 총 2,807.7ha3,535농가로 집계(16) 됐다. 이중 벼가 도복 1,438ha, ·백수 781ha, 수발아 290ha 2,509ha3,141농가에 이른다.

태풍 피해의 89.4%가 벼에 집중되면서 수확량 감소는 물론 미질저하, 유통기피 및 재해보험 보상률 저조를 비롯해 정부 피해벼 매입가 수준에 따른 저가미 유통 등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태풍과 가을장마가 겹쳐 햇빛을 보지 못한 벼가 제대로 익질 못하고 비바람에 쓰러진 벼는 검거나 하얗게 변하고 새싹까지 트는 흑·백수 및 수발아 현상으로 낟알이 작거나 쭉정이 많다. 건조 및 도정하는 과정에 쭉정이는 날아가고 싸라기가 많아져 수확량 감소 및 미질이 떨어지는 등 밥맛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16일 영광통합RPC에서 수매 중인 산물벼 대부분에서 이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샘플 검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벼는 수매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랑이가 빚기도 한다. 벼를 쌀로 도정하면 감소되는 도정수율도 72.5%2.5%나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질의 영광쌀이 학교급식 등 수도권에 대량 판매될 경우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유통기피, 판로감소 등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태풍 피해벼를 수매할 계획이지만 가격이 RPC가 수매하는 6만원(정산 시)에 미치질 못할 경우 저품질 벼가 RPC에 몰리거나 시중에 저가미로 유통돼 쌀값 자체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피해를 키웠던 지난 2016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농작물 재해보험마저 수확한 벼의 무게를 중심으로 피해를 산정하고 수확불능 피해율을 65% 밖에 산정하지 않아 대책 요구가 거세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이 지난 15일 태풍 피해벼 갈아엎기 및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피해벼 수매가격을 1등급 80%로 보장 및 재해보험 공익성 강화 등 전남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광군 역시 3년 전 사례를 되짚어 피해벼 수매를 비롯해 미질강화 및 유통대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농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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