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대학을 건축공학과로 들어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았다. 좀처럼 학과에 적응을 못했던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과감하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였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라 졸업 후에 6개월을 더 전문학원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을 공부하고 나서야 겨우 서울의 IT업체에 취직할 수 있었다. 첫 직장이 SI(시스템개발)업체였기에 농협, 제일은행, KT를 돌며 전산시스템을 개발하였고, 귀농 전까지 증권회사에 입사하여 IT센터에서 업무시스템을 운영하였다. 귀농을 하고 영농에 정착하기 전까지 웹디자이너였던 아내와 함께 쇼핑몰과 상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일을 부업으로 했었다. 내년에 영광군에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기사를 보고 기대가 되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얼마 전 국내의 거대 오프라인 매장 이마트가 국내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지점을 폐점하거나 앞으로 축소할 예정에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거대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따라가지 못해 사라져가는 현실에 직면에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이마트보다, 간편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장을 본다. 이렇게 주문한 물건은 당일이나 다음날 문 앞까지 친절하게 배달되니 바쁜 직장인들에겐 이보다 더 편리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오프라인의 거대 공룡들을 따돌리면서 해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물류시스템의 발전으로 농수산물은 물론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택배를 통해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잘만 운영한다면 지역 농·특산물 판매 활성화는 물론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임에는 분명하다.

영광군은 영광굴비모싯잎송편이라는 인기 있는 특산물로 인해 오래전부터 타 지역에 비해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그렇다면 경쟁력 높은 특산물과 좋은 물류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온라인쇼핑몰 사업이 계속 실패 했을까? 쇼핑몰을 제작하고 직접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무엇보다 담당공무원과 쇼핑몰 운영 사업자의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을 오프라인 매장처럼 번듯하게 꾸미고 상품페이지만 잘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이런 착각과 환상이 영광에 수많은 쇼윈도 쇼핑몰을 만들어냈고, 소중한 혈세만 낭비시킨 결과를 초래시켰다.

온라인 쇼핑몰을 농협하나로 마트와 비교해 보자. 오프라인 마트를 열기위해서 먼저 건물과 내부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신선제품, 가공제품, 생선류, 육류, 특산품 등 제품 특성에 맞게 코너를 구분하고 거기에 맞는 설비와 제품을 진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품들의 재고를 어느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도 갖춰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제품의 재고관리와 신선관리를 위해 전산시스템(바코드, 재고관리, 원가관리, 생산자관리 등)을 갖추고 그 시스템을 운영할 인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모든 시스템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갖춘 후에 각 코너마다 제품을 판매하는 점원을 배치하고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판매할 준비가 끝나면 전단지와 언론을 통해 오픈일자를 알리고 소비자들의 유입을 위한 경품과 다양한 이벤트 행사 등을 통해 마트를 홍보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오프라인 마트와 비슷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운영할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공무원과 사업주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구축 시간이 짧지만,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계절마다 리뉴얼을 해주고 제철 농·특산물을 올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도 오프라인 마트처럼 물류창고를 가지고 신선관리와 재고관리가 되어야 한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은 고객과 신뢰만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신선관리와 재고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운영자뿐만 아니라 쇼핑몰을 통해 판매를 하려는 업체와 농가들에 대한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은 신뢰만으로 거래를 하므로 실시간 응대가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 인력이 상주하여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제품과 농·특산물에 대한 질문에 성실하고 전문성 있는 답변을 줄 수 있어야 소비자들이 믿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말한 부분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위한 기본중의 기본이다. 영광군에서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이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이런 기본에 대한 내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오프라인 매장은 매장의 위치 즉 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과는 완전히 개념부터가 다르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쇼핑몰을 만들었다고 해도 군민들과 국민들은 알지도 못한다. 그저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군민들과 국민들에게 쇼핑몰을 어떻게 홍보하고 마케팅 할 것인지, 영광군에서 만든 쇼핑몰이 국민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세심한 계획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영광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분명 필요하다. 잘만 운영된다면 지역 업체와 농어민들에게 소득창출은 물론 영광군 홍보 채널로도 유용하게 사용되어 막대한 홍보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시너지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2억이라는 예산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구축된다면 계속해서 운영관리비가 동반 지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하려면 이런 군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대로 준비하여 제대로 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