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아무리 좋은 선생이라도 일단 자신이 선생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지식이라는 것도 힘을 가진 우월한 자가 힘이 없는 낮은 자에게 주는 것처럼 느끼게 되므로 배우는 쪽이 부담감이 많다. 누구나 어떤 사람이 다짜고짜 자기를 가르치고 영향을 주려 하면 싫어한다. 그래서 탁월한 선생은 항상 팔로워들과 함께 따뜻하고 진솔한 교제의 시간을 많이 가진다. 필자는 학기가 끝나가는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복지라는 삶의 현장에서 함께 대화하며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행복하다. 때론 철학적인 주제가 대화의 도마위에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기적이지 않으며 사람 냄새 나는 주제가 좋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욕심에 이끌려 자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이기심에서 벗어나라고 외친다고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기심을 버리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세상사 거리를 두고 돌아보면 여유가 묻어난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자. 우리가 속한 은하계의 길이는 10만 광년이다. 은하계 속의 태양은 아주 작은 별이다. 태양계의 길이는 6광분이라고 한다. 태양계 속의 지구는 점도 되지 않는 크기이다. 그 지구 껍데기에서 아파트 평수가 99(30)에 사느니, 132(40)에 사느니 하며 다툰다. 거리를 두고 보면 어리석은 아이들 장난 같은 일이다. 거리 두기를 하면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난다.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을 구분하는 눈이 생긴다. 영광스런 인생이란 무엇인가? 바로 삶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유와 은사와 재능을 최고의 수준으로 개발하여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우리의 안일과 게으름이 이런 걸작의 인생이 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최고의 걸작 인생은 진정한 리더를 통해서 만들어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멘토신드롬이 그렇고 진정한 선생이 그렇다. 우리가 다 겁쟁이지만 리더는 그래도 5분 더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 리더의 용기는 액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화려하고 극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매일 순간순간의 삶에서 닥치는 파도를 견뎌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미국 프로 운동 선수들 중에는 많은 흑인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5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프로 운동 선수 중에 흑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두꺼운 인종 차별의 벽이 무너지게 된 데는 한 사람의 거룩한 희생과 지칠 줄 모르는 조용한 용기가 있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재키 로빈슨이다.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책임자였던 브랜치 리키는 성깔도 있고 힘도 센 로빈슨에게 "이제 자네가 그라운드로 나가면 군중이 매 게임마다 갖은 욕설과 야유를 퍼부을 것이고, 물건들을 집어던질지도 모르며, 증오에 찬 고함과 눈길을 던질지도 모르네. 그러나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네는 절대 감정적인 보복적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네. 알겠나? 자네는 자네 자신을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차별받는 흑인들 전체의 명예를 걸고 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젊은 혈기의 로빈슨은 기도하면서 이 도전에 응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 이 약속을 지켰다. 그도 사람인 이상 얼마나 두렵고 떨리고 힘들었겠는가? 매 순간, 그 모욕고하 질시의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있어선 워털루요 칸나베 대전과 같은 싸움이었다. 리더의 용기란 이렇게 매 순간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이겨내는 용기의 실천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5분을 더 참으면 그렇게 용기를 잃지 않고 버텨낸 그 자리에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찬란한 봄날의 푸른 새싹처럼 힘찬 발자국을 찍을 것이다.

미성숙할 때는 내 뜻대로 되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뜻대로 될 필요도 없다. 위대한 성자 어거스틴은 어려서 방탕했다.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생아를 낳는 등 방탕한 삶을 지속한다. 그가 로마로 간다고 했다. 어머니는 극구 만류한다. 어머니의 영향권 아래에서도 방탕했는데, 로마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눈물로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어거스틴은 로마로 갔다. 어머니 모니카는 주저앉아 절망하고 낙심했다. 자기 기도와 뜻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어거스틴은 로마에서 암부로스를 만난다. 당대의 최고의 복음 증거자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최고의 목사님을 만났다. 그리고 변화되었다. 탕자 어거스틴에서 성자 어거스틴으로 변화되었다. 모니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은 섭리 안에서 더 선한 길로 이끈 것이다. 내 뜻대로 안되어도 좋다는 배짱이 진짜 믿음이다. 초조하고 안달하는 일도 거리를 두고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집착을 버리라. 내 뜻대로 안되는 것에 대해서 편한 마음을 가지라. 자기 일이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헌신해 보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해서 몸부림쳐 보아라. 일단 자기 문제가 풀리는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안 보이던 새로운 세계를 보는 눈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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