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영광의 문화가 주위 지역에 비해 수준이 높았고 문예인들의 활동 또한 활발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문학은 불우헌 정극인에서 시조시인 조운으로 이어지며 최초 여류 소설가 박화성을 불러 들였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름다운 가연들은 훌륭한 스토리텔링 소재로 남았다. 그리고 당시 시국을 표현한 영광의 노래들 역시 전해지고 있지만 나이 지긋한 세대를 벗어나면 존재도 알지 못하는 실정이 되었다. ‘추풍부의 슬픈 음률과 가사는 시대를 노래했지만 백년 남짓도 지나지 않아 모두 사장되고 이젠 불리지 않는 노래가 되었다. 한 때 영광의 자랑이었던 칠산문학 역시 이젠 모임조차 갖지 않는 이름만 이어가는 단체가 되고 말았다. 먹고 살기 바쁜 이른바 현대병에 쪼들리면서 빚어진 사태지만 문인들은 책임을 져야한다. 변명은 구차함을 만들고 핑계는 무책임한 자신을 돌아보게 할 뿐이다. 공공장소에 문맥(文脈)’이라는 글을 멋지게 새겨 세워도 활동이 없는 단체는 지역의 문화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형택 시인이 시문학반을 운영하며 자질이 있는 사람은 등단까지 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른 땅에 단비의 역할이다. 기초가 없어도 시인이 되는 폐단만 주의한다면 고마운 일이다.

문학의 침체에 비하면 다른 분야는 오히려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해마다 개인전 혹은 단체전을 꾸준히 치러오고 있는 모둠이 상당히 많다. 특히 미술의 그림과 사진 등은 두세 번의 합동전을 열기도 한다. 여기에 미개척 분야였던 서각이 태동하고 수준 있는 현대조각까지 가세한 모습은 모두에게 힘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도농악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 하나가 되었고 시조협회 역시 젊은 가객이 명맥을 잇기 위해 사명감 하나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여기에 영광군의 수장은 덕이 있고 문화관광과의 책임자는 문예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2020년을 문예부흥을 위한 시발점으로 잡아야 한다. 동아리의 자생력은 한계가 있다. 행정의 개입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좌우한다. 현대사회는 문화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계 관광의 중심에는 지역의 특색을 보유한 문화가 있다. 최고의 상품이 문화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물질적 발달에 기인한 눈에 보이는 토목 혹은 건설 사업에 가려진 문화예술이 있었을 뿐이다. 과거의 영광만을 그리며 실의에 빠질 이유는 없다. 현재 영광의 문예인은 넘쳐나고 인재는 두텁다. 아직 문학관과 미술관 혹은 제대로 된 자료실 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연습실과 작업실, 상용 전시실을 운영하고 타 지역과의 문예교류를 해야 한다. 방법은 많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타 시군의 시설을 참고하고 생각을 모으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폐교를 이용하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과 작업실 연습실 강의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베이스는 행정에서 깔아야 한다는 전제에선 맞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개인위탁이다. 체험을 위시한 사업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관장하고 관리함이 맞을 것이다. 인구 늘리는 방법이 돈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모든 생물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모여드는 본능을 갖고 있다. 고창의 예는 가장 모범이 된다. 결국 결론은 지역의 문화다. 현재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이 문화와 연결이 된다. 그리고 문화는 시대적 유행을 따른다. 밥문화 술문화 외식문화 교육문화 스포츠문화 등 문화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문화가 바로 예술이기에 강조하는 것이다. 중앙 정치판처럼 이성을 상실한 진영논리의 끝장을 보여주는 현상은 대결에서 오는 정서의 피폐함이 원인이다. 극대극의 대결논리가 자리한 고장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문예를 사랑하고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는 문화가 자리한 고향을 만들어야 함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를 영광이 문예부흥기로 가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선 모든 예술 동아리의 단결과 행정의 관심이 우선이다. 여기에 동아리들이 한 곳에서 활동 가능한 장소가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사랑하는 고향 영광을 위해서 사심을 버리고 전체를 지향한다면 2020년은 영광의 문예 르네상스가 이루어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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