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정치는 민심을 파악해야 한다. 민심의 파악은 서민의 이해에서 비롯되고 더욱 진실 된 이해는 경험에서 온다. 부족한 밥을 나눠 먹어 본 사람이 서민의 애환과 삶을 알기 때문이다. 가난을 모르고 성장한 사람들이 서민을 아는 방법은 간접적인 감성을 통한 이해일 뿐 경험은 아니다. 현재 우리 정치계에도 이런 부류는 많다. 물론 불행했던 시절을 경험했다는 조건이 좋은 정치인을 만든다는 말은 아니다. 가난했던 서민에서 성공적인 삶으로 대통령까지 올랐지만 돈의 화신이 되어 국가와 국민보다 치부(致富)’를 우선시 했던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성공은 사명감의 의무가 아니라 축재의 수단이요 목표다. 그래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금수저 귀족보다는 낫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수장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판단력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여건을 활용하는 것이지 위기에서의 절대적 판단을 내릴 일은 거의 없다. 요즘 안철수 전 대표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입국하면서 정치 혁신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총선 불출마를 선포하면서 행보를 이어가지만 특징은 행동과 말에 주어가 없다. 야권 통합 단결도 아니고 중도보수 통합도 아니다. 환영 모드로 자신을 기다리던 손학규 대표에겐 뜬금없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 자신의 당이라는 의미인가 보다. 그동안 절치부심 자리를 지켜온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랜만에 귀국을 하고 정치판에 복귀를 했으면 응당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현역인 손 대표와 공동체 운명을 공감하고 진로를 의논해 감이 맞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른바 가진 자의 주인 기질이다. 각종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들의 대다수는 그의 정치 감각이 퇴보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런 부류의 정치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고 현재 황교안 대표가 있다. 수시로 터져 나오는 이해가 힘든 행동과 발언은 그들의 반쪽 삶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자신들만의 진영에서 보이는 것만 보면서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민주당의 성공은 절반이 그들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구역에서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호기심과 지식의 욕구가 안식의 정도를 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 밖은 위험하고 사악하다. 가난과 고뇌와 억울과 분노와는 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정치를 하겠다는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과거 왕정시대의 왕들도 민심을 무서워하고 천심으로 여겼다. 물론 개인의 안위와 왕권을 우선시하는 이기심의 발로지만 그래도 민심을 살피기 위해 민정시찰을 나가기도 했다. 그만큼 민심은 서민의 바닥에서 발생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색안경을 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민심이란 없다. 자신의 종교가 아니면 예를 무시하고 절간에 육포를 선물하며 정부가 하는 일은 그냥 반대만 하는 이기적 리더십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이들 정치에는 주제와 주어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을 길게 하지 못하는 이상한 능력으로 신비주의가 되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이 안철수 전 대표의 별호를 아리송해라고 지었다. 그의 행보를 그만큼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갑자기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그의 차후 행보를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부잣집 도련님들의 진영논리 정치는 더욱 국민을 힘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유명 정치인들의 변절은 정치판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를 하지만 세상을 절반만 보는 눈과 지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덤비는 부류는 너무 위험하다. 진영을 넘나드는 지조를 무시하는 변절자들은 오히려 의식적이고 계획적이지만 절반의 눈과 지식으로 덤비는 사람들은 나라를 말아 먹는다. 정치는 대다수의 국민인 서민이 대상이다. 자본을 신봉하는 부류는 자신의 부와 권익을 위해 서민의 희생을 요구한다. 거대 언론이 그렇고 권력이 그렇다. 그래서 서민을 위한 정치는 빨갱이와 종북이 된다. 거대 자본과 권력에 붙어 부생물을 섭취하고 기생하는 부류는 정치판에서 빠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정치의 주류다. 결코 알고 싶지 않은 혹은 알지 못하는 서민의 애환을 자양분 삼아 키워가는 이기적 유전자는 대를 이어 특별한 신분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민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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